"고스펙 아니어도, 인턴 경험 없어도 된다"...기업 인사팀이 전하는 '채용의 기준'

김동욱 2026. 1.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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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표류기]
<3> 동상이몽
'취업난' 청년들 "기업들, 뭘 원하나"
IT·은행 등 주요 기업 7개 인터뷰하니
"스펙 나열보단 직무 이해도에 점수"
편집자주
청년들은 불안하다. 어느 세대보다 준비된 세대이지만,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년 역대급이다. 졸업 후 구직이 공식이 되면서 단기 경험을 전전하는 '조각 청년'이 늘고 있다. 2026년 새해, '아프니까 청춘'이 아닌 '불안이 일상'인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구조적으로 짚어보고, 그들의 희망과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취업 준비생 이모씨가 16일 모교인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강예진 기자

최근 대학을 졸업한 20대 청년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취업 준비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 수준이 높은 건 물론이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역대급으로 차가워진 취업 현실을 마주하는 세대기도 하다. 취업에 앞서 경험을 쌓아야 하고 자격증을 따겠다고 영혼을 갈아 넣기도 한다. 그렇게 졸업 전부터 취업을 준비하지만 사회 진출 기회는 점점 줄고 시점은 계속 늦어진다. 시간과 비용 부담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스펙과 인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청년 구직자들은 그래서 묻는다. '그럼 당신들이 요구하는 건 정확히 무엇인가.' 각자의 답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층과 기업 사이에 벌어진 생각의 차이, 요구와 갖춤의 미스매치 간극이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취업 시장의 현실 말이다.


중고신입이라는 불안

그래픽=박종범 기자

한국일보는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청년 71명과 주요 기업 7곳의 인사팀을 상대로 심층 조사(설문·인터뷰 등)를 진행했다. 설문 등에 응한 기업 7곳은 대기업 4곳(IT·금융·건설), 중견기업 2곳(배터리·제조), 공기업 1곳(금융)으로, 지난해 모두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먼저 기업들이 '중고신입'을 선호한다는 청년들의 인식이 사실인지부터 점검해봤다. 중고신입은 1~2년 미만의 직장 경력을 갖춘 뒤 신입 채용에 지원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기업들이 정기 공채에서 필요 인원을 수시로 뽑는 경력 채용 방식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취업 준비생은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중고신입 특별한 선호 없어"

그래픽=박종범 기자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7곳 중 6곳은 이런 인식에 선을 그었다. IT 대기업 A사는 지난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면서, 지원 자격에 '올해 2월 졸업 예정자 또는 경력 1년 이하의 기졸업자'를 명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조직에서는 상황에 따라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특별히 중고신입을 선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D은행 역시 "기업금융(IB)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부 직무에선 실무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에 대한 선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신입을 경력직처럼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으로 보고 채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교육·연수를 전제로 한 육성 체계를 기본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 설명도 다르지 않았다. 신입 사원 채용의 목적은 즉시 투입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 자원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신입다운'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스펙, 다른 기준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청년들 생각이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기업들이 순수 신입 선발을 줄이는 대신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추세이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확실히 신입 선발 때 중고신입 지원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에게 별도의 가산점을 주지는 않지만, 최종 면접 단계에서 본인의 경력을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71명 응답자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심리적 불안(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제적 부담(62%), 스펙 부족에 대한 압박감(34%) 순으로 답을 내놓았다.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졸업을 미루며 취업 준비를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기업들이 중고신입에게 별도의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고스펙과 다양한 경험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청년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응답 기업 7곳 중 5곳은 지난해 선발된 신입사원의 스펙이 이전과 비교할 때 확실히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스펙이나 인턴 경험이 합격의 필수 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실제 A사 채용 과정에서는 화려한 경력을 내세운 지원자들이 서류 전형에서 대거 탈락한 사례가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턴보다 중요한 것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대구·경북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관련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기업들이 중요하게 보는 '채용의 기준'은 무엇일까. 7곳 모두가 공통으로 꼽은 핵심 키워드는 '직무 이해도'였다. 이들은 모두 당락을 가른 요소로 '직무 관련 역량'을 꼽았다.

A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무와 상관없이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토익 점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입사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신입사원은 여전히 육성의 대상이지만 최소한 지원한 직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인사 직무에 지원한다면 대학에서 관련 수업을 듣거나 비슷한 경험을 쌓아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영어점수, 학점 등의 고스펙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의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턴 경험 없이도 합격한 사례는 많다"며 "대학 시절 수행한 팀 프로젝트 역시 충분히 직무 경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7곳 중 6곳은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격증'을 불필요한 스펙으로 꼽았다. F사 관계자는 "직무와 무관한 스펙만 나열하면 오히려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무작위로 제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직무를 탐색하는 게 거창한 일은 아니다"며 "취업박람회에서 회사만 알아보지 말고 해당 직무 관계자를 연결해 달라고 요청해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면접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 불안이 구조적인 이유

인사팀 관계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꼽았다. 특히 수시 채용과 직무 중심 채용이 보편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학과 공공의 지원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E사 관계자는 "대학이 취업 기관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직무를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런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취업 준비가 늦어지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들도 이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공기업을 준비 중인 김민지(26)씨는 "탈락하면 긴 입사 전형을 처음부터 다시 치러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부족한 스펙을 채울 수밖에 없다"며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취업 준비생으로선 뭐든 다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시 채용 체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수시 채용은 개인이 각자도생 방식으로 숙련을 쌓은 뒤 '이직 사다리'를 타는 구조인데, 정부의 주요 대책은 여전히 보조금 지급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
팀장: 김동욱(경제부)•신은별(엑설런스팀)
취재: 한소범•이유진(엑설런스팀), 황은서 인턴기자

 

청년 표류기: 일자리를 찾아서

  1. ① 조각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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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③ 동상이몽
    1. • "고스펙 아니어도, 인턴 경험 없어도 된다"...기업 인사팀이 전하는 '채용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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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서울사무소 냅니다, 대학생 뽑으려고"...지방 중기의 생존 구애, 외면하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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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부산으로 해수부가 내려왔지만… 청년 일자리는 따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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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④ 답은 있다
    1. • 청년 일자리 정부 정책이 2000개나 되는데...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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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유럽 청년들도 취업 현실은 고달프다… "그래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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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쉬었음 청년? 책임 떠넘기는 나쁜 말... 불안, 청년 탓 아니다"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121921010004743)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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