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오빠는 국회의장, 마두로 아들도 의원… 베네수엘라 소수일가 ‘족벌 정치’

박강현 기자 2026. 1. 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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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최측근 등 3부 요직 장악
지난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델시 로드리게스(왼쪽) 부통령이 미국에 생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대신 통치권을 수행하기 위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오른쪽) 국회의장이 취임식을 주재했고, 마두로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가운데) 의원은 헌법 사본을 들고 보좌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델시 로드리게스(57) 부통령의 임시 대통령 선서식은 폐쇄적 권력 구조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가족과 최측근 일가가 입법·행정·사법 요직을 촘촘히 차지하고 사실상 ‘족벌 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날 선서식은 로드리게스의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61) 국회의장이 주재했고,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64)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36) 연합사회당 의원이 헌법 사본을 들고 선서를 보좌했다. 세 인물이 한 장면에 담긴 사진이 보도되면서, 국가 최고 권력을 이양하는 자리가 일부 정치 가문의 가족 행사처럼 연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드리게스·마두로 가문은 베네수엘라 권력의 중추를 형성해 왔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에서 외무장관, 석유장관 등 주요 장관직과 부통령을 거쳐 임시 대통령이 됐다. 부통령을 지낸 오빠 호르헤는 현재 국회의장으로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남매가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 정점에 있는 셈이다.

마두로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70) 역시 우고 차베스 정권에서 국회의장·검찰총장을 지내며 입법·사법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인물이다. 이들 주변에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등 오랜 ‘혁명 동지’와 그 가족들이 국영기업과 군·정보기관 요직에 포진해 있다는 게 현지 정치권의 공공연한 평가다.

‘족벌 정치’는 제도적 정당성보다 충성도와 혈연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와 맞물려 형성됐다. “믿을 사람은 가족뿐”이라는 분위기가 정권 내부에 팽배해 권력 엘리트층이 극도로 협소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가 사유화됐다”는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베네수엘라뿐만이 아니다. 강성 반미·좌파 국가로 분류되는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아내를 ‘공동 국가수반’으로 내세워 전례 없는 ‘부부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이후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부부 권력 승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쿠바 역시 피델·라울 카스트로의 ‘형제 통치’가 수십 년간 지속됐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소수 독과점 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가문 정치”라며 “가족·측근 중심의 통치 구조를 어떻게 청산하느냐가 향후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 정치 선진화의 주요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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