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눈으로… 로봇이 트랙터 불량 잡는다

지난달 23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TYM 익산 공장. 국내 3대 농기계 기업인 TYM의 주력 제조기지인 이곳엔 면적 36㎡(약 11평), 높이 4m 규모의 AI(인공지능) 무인 검사실이 있었다.
막 조립을 마친 25마력급 소형 트랙터 한 대가 검사실로 진입하자, 로봇 팔 2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 팔에 달린 건 고해상도 카메라와 누유(漏油) 검출센서. 로봇 팔은 사람처럼 관절을 꺾어가며 바퀴 덮개와 엔진 하부, 복잡하게 얽힌 유압 배관 사이를 빈틈없이 훑었다.
순간, 검사실 모니터에 빨간색 경고등과 함께 ‘NG(No Good·불량)’ 경고가 떴다. 카메라가 왼쪽 앞바퀴 주변에 묻은 미세한 기름 자국을 포착해냈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작업자가 일부러 묻혀둔 오일을 AI가 정확히 잡아낸 것이다. 농기계, 특히 트랙터 품질 검사에선 누유 여부가 핵심이다. 트랙터의 강력한 힘은 유압(기름의 압력) 장치에서 나온다. 기름이 새면 기계가 힘을 못 쓰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사고로도 이어진다.
기존에는 숙련된 검사자 2명이 하루 8~10시간 매달려도 트랙터 20대를 겨우 검사할 수 있었다. AI 검사자는 하루 26대를 볼 수 있다. 이 AI 모델은 지난 2년간 다양한 소형 트랙터의 불량 예시 사진 2866장을 학습했다. 덕분에 초당 53.4프레임의 빠른 속도로 불량을 판독한다. 사람은 판별 정확도가 60~90%로 널뛰지만, AI의 정확도는 94.43%에 달한다. AI 검사 시스템은 올해 초 실증을 마치고 실제 공정에 곧 투입될 예정이다.

◇인력은 절반, 생산량은 30% 향상
TYM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생산한다. 미국, 프랑스, 호주 등 30국에 수출하고 있다. TYM은 검사 공정을 AI로 전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스로 볼트를 조이고 부품을 부착하는 AI 자율 조립을 올해 안에, 부품을 실어 나르는 자율이동로봇을 내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AI 전환이 완성되면 소형 트랙터 라인의 시간당 생산량은 2.1대로 30% 늘고, 투입 인력은 20명에서 10명으로 준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농기계 산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 AI의 등장이 판을 바꿨다. 김태완 TYM 책임은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AI로 돌파
검사실 밖에선 또 다른 제조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공장 입구에 설치된 80인치 대형 화면 속에는 공장 내부가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현실의 사물이나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다. 공정별 진행률과 검사 결과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현실의 공장을 복사한 디지털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내일의 생산 공정을 미리 돌려보는 시뮬레이션도 가능해진다. 병목 구간이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사가 농기계 업계에서 드물게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건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과 글로벌 수요 둔화 때문이다. TYM의 30세 미만 직원은 2021년 114명에서 지난해 100명으로 12% 줄어든 반면, 50세 이상 직원은 같은 기간 224명에서 308명으로 40% 가까이 급증했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생산성 혁신도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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