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신사 외국인 지분 49% 못 넘는데…민주당 ‘자사주 소각’ 또 손질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6. 1. 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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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수정 불가피
지난 8월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인 ‘3차 상법개정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일고 있다. 현행 자사주 소각 의무를 따르면 의도치 않게 다른 법률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안 손질에 나선 대목이다.

특히 현행법상 외국인 주식 보유 지분 제한을 받는 기업 가운데 KT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법정 상한선(49%)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소각 시 외국인의 주식 소유 지분 제한 등 다른 법률을 위반하게 될 때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는 규정 적용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 수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이달 내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3차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이를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18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외국인 지분 한도 제한 기업별 자사주 비중
문제는 기존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는 의도치 않게 타 법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망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이라고 보고 외국인 지분 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9%로 법적 한도를 이미 채웠다. 지난해 8월 현재 자기주식 비율이 4.34%인 상황에서 내년까지 이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51.2%로 상승해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만약 외국인 지분이 법적 한도를 초과하면 해당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사업자나 주주에게는 6개월 이내에 지분율을 49% 이하로 낮추라는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통상 기업들은 자사주 보유 등을 통해 지분 비율을 조정해왔지만 법안 통과 시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해진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이 정면 충돌하면서 기업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지분 한도 제한 업종
KT 외에도 외국인 주식 소유 지분 제한을 받는 기간산업으로는 통신·항공·전력·가스·방송·신문 등이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는 외국인 지분이 41.74%, SK텔레콤도 36.32%로 높지만 이들 기업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아직 1% 안팎이어서 여유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법안에서 규정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KT와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은 2022년 1601곳에서 2024년 말 1666곳으로 늘었다. 또 자사주 소각 기업은 같은 기간 49곳에서 142곳으로 불어났다. 향후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하면 해당 기업들이 모두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는데, 이들 기업에도 타 법령과 충돌하는 문제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도별 자사주 소각한 상장사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우려사항을 민주당에 전달했고 당 정책위원회 내부에서도 보완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면 수정안이 당론으로 추진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법안을 지난해 말까지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연말 필리버스터 정국과 사법개혁 이슈 등 정쟁에 밀렸다. 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정청래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1월 중 상법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 대표가 2차 종합특검법과 통일교 신천지 특검법 등 내란청산 법안을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달 안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올해 1분기 안에 법안이 통과돼 공포되면 자사주 소각 의무가 즉시 적용되도록 규정돼 있어 기업들은 내년 중으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

이 의원은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현행법 체계에서는 외국인 지분 제한과 충돌해 ‘의도치 않은 위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각이 다른 법률상 지분 제한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1년 내 소각 의무’를 면제하도록 하되 주주환원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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