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억, 예술의 언어로 잇다

최명진 기자 2026. 1. 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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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2026 사업 구상>
국제레지던시부터 전속작가 개인전까지
우토로 성과 잇는 국제교류·기획전 예고

사진 위로부터 일본 우토로평화기념관 외벽에 걸린 생명평화미술행동 작가들의 대형 걸개그림 ‘피어라 민들레’,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마당극, 기슬기 작가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전시 전경.

사회적 기억과 동시대 문제를 예술로 질문해온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가 지난해 주요 성과를 돌아보고, 국제 교류와 사회적 사유를 축으로 한 2026년 사업 방향을 밝혔다.

지난해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2025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이 꼽혔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해 10월10일부터 11월10일까지 일본 교토 우지시 우토로 일대에서 열렸다. 우토로는 전시동원령 치하 조선인 이주와 그 이후 이어진 차별의 역사가 축적된 장소로, 이번 행사는 그 역사와 동시대 일본 사회의 배외주의 문제를 예술로 다시 사유하게 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오프닝 행사에는 1천여명이 참여했으며, 한국과 일본 50여개 언론사가 행사 전반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일본의 저명한 현대미술 잡지 ‘미술수첩’ 온라인판에서는 예술비평가이자 기획자, 도쿄 지센여대 교수인 야마모토 히로키가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전시 3선’ 중 하나로 소개됐다. 일본 언론 역시 이 행사를 일본 사회에 내재된 배외주의를 예술적 언어로 재고하는 계기로 조명했다.

페스티벌에서는 걸개그림 ‘피어라! 민들레’를 비롯해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들이 선보여졌으며 전쟁과 강제동원, 차별이라는 우토로의 형성 배경은 참여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저항과 공존의 메시지로 새롭게 드러났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는 올해에도 국제 교류와 사회적 담론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우선 국제레지던시 오픈콜 ‘SPACE L44’를 새롭게 추진한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중심가에 위치한 복합예술공간 SPACE L44는 갤러리와 레지던시, 카페와 작업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과 불가리아 간 최초의 공식 예술 교류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획자와 현대미술 작가를 대상으로 모집하며, 젠더와 지역 주류화에 대한 고려를 선발 기준으로 삼을 예정이다.

전시 기획도 이어진다. 오는 5월 서울 연남동 스페이스458에서는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가 기획하고 전속작가 박자현이 참여하는 개인전 ‘Scared Poetry : Red(성스러운 시 : 빨강)’가 열린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 선보인 ‘Scared Poetry : The Unseen’의 연장선에 놓인 전시로, 성매매 집결지를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속작가 기슬기의 전시 ‘히스테리의 언어 : 당신은 보고 나는 듣는다’도 광주에서 준비 중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남성 과학자의 시선에 의해 여성의 병으로 규정됐던 ‘히스테리’를 동시대 예술 언어로 재독해하며, 그 이면에 남겨진 여성 환자들의 분절되지 않은 언어와 목소리에 주목한다.

이밖에도 오는 2월 말 열리는 이미지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지난해 5·18기념문화센터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에 참여했던 김홍빈 작가 개인전 ‘소년이 온다’, 2025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도록 제작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현주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지난해에는 예술을 통해 역사와 사회의 상처를 마주하고, 공존과 평화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작업들을 이어왔다”며 “올해 역시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사유가 만나는 전시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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