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당게’ 진흙탕 싸움 끝, 공은 윤리위로…국민의힘, 징계냐 통합이냐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당게)' 사태가 친장(장동혁)계 대 친한(한동훈)계 간의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당 윤리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윤리위의 결정이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앞날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7일 한 전 대표를 향해 '결자해지' 하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논란의 출발점은 당무감사위의 감사 결과 발표였다. 감사위는 지난해 12월 말 "한 전 대표 가족 명의 계정 다섯 개가 단 두 개의 IP로 80% 이상 게시글을 작성했다"며 여론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표현의 자유냐, 조직적 여론 왜곡이냐'라는 양극으로 갈라졌다.
한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조작된 감사 결과"라며 "표현의 자유를 모욕하는 정치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이후 친한(친한동훈)계는 "미래세대 리더를 향한 정치공작"이라고 반격했고, 친장(친장동혁)계는 "조직적 계정 운영은 명백한 당내 질서위반"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전 대표, 강경론에서 '결단의 시간'으로
지난 6일까지 한 전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거듭 "조작 감사로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진실은 금세 드러날 것"이라며 맞섰다. 특히 "계엄옹호 퇴행세력에게는 제가 걸림돌이 맞다"며 장 대표를 정면 겨냥하면서, "돌 하나는 치울 수 있어도 민심이라는 산은 못 옮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의 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당무감사위 제재 필요'에 공감한 응답은 43.1%, '조작 감사 신뢰 불가' 응답은 24.4%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감사위 입장에 더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46.3%, 한 전 대표는 33.1%였다. 당 안팎에서는 "강경 모드로는 회복이 어렵다"며 한 전 대표에게 '결자해지' 메시지도 강하게 전달됐다는 전언이다.
전날 한 전 대표를 만나 장시간 의견을 교환한 안철수 의원은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사태는 드루킹식 조작 의혹을 연상케 한다"며 "불법이든 도용이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IP 도용이든 계정 남용이든 법으로 밝혀야 신뢰가 돌아온다"며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방선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비주류지만 현실론에 기반한 이 발언은 "당의 명예를 위해 한동훈이 직접 사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결자해지론'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법적 조치를 병행하며 제도 개선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나올 경우에도, 이를 방어하거나 수습할 명분으로 '적극적 사실 규명'이 거론되고 있다.
◆정희용 사무총장 "윤리위, 찍어내기 아니다"
윤리위 구성이 완료되면서 지도부는 중립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7일 개혁모임 '대안과 미래' 세미나에서 "장동혁 대표가 당무감사위에 어떤 지시나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았다"며 "당무감사위와 윤리위는 엄연한 독립기관"이라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윤리위는 정치적 계산보다 원칙과 절차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한동훈 찍어내기'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친윤·친장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당내 정치적 숙청' 프레임을 진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윤리위 내부 기류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 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당무감사위가 제출한 근거자료를 보면 계정 운영 패턴상 관리 책임은 명백하다고 판단하는 위원들이 적지 않다"며 "경징계든 엄중 경고든 제재가 없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리위는 이번 주중에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일부 위원들은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징계는 징계일 뿐, 당의 통합 메커니즘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는 조건부 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윤리위 결정 이후의 정치적 파장이다. 징계가 현실화되면 한 전 대표 지지층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반대로 무징계로 끝날 경우, 감사위와 지도부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당의 분열과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봉합 시나리오와 윤리위의 역할 주목
최근 장동혁 대표는 '걸림돌 제거'라는 표현을 "함께 가는 혁신"이라고 바꾸며 수위를 조정했다. 한 전 대표 역시 7일 "당이 더 투명해지도록 제도 개선 논의에 공감한다"고 언급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여의도 안팎에서는 윤리위의 결론이 '징계와 통합'이라는 두 축을 모두 반영한 절충형으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즉, '경징계로 절차적 책임을 묻되, 당내 시스템 개선안 병행'을 명시하는 형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리위가 냉정하게 당규를 적용하면 징계가 불가피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며 "징계가 곧 배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현재 '윤리위의 독립성'과 '당무 프로세스 일원화'를 강조하며 사실상 사건을 위임한 상태다. 이제 최종 결론은 윤리위의 손에 맡겨졌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과가 6·3 지방선거와 당의 리더십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무경 평택갑 당협위원장은 "윤리위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 제재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통합력과 자정능력에 대한 국민적 시험대"이라며 "윤리위가 당 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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