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증명한 여성 서사의 가치…'전도연vs김고은'의 색다른 스릴러 '자백의 대가'

강해인 2026. 1.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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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넷플릭스가 여성이 중심에 있는 작품을 통해 배우들의 새로운 이미지를 끌어냈다.

최근 넷플릭스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있는 서사에 관심이 많다. '애마'를 시작으로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당신이 죽였다' 등의 시리즈, 그리고 영화 '대홍수'까지 여성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연 이어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남성 캐릭터가 익숙한 범죄·스릴러 장르를 여성 캐릭터들이 풀어간 '자백의 대가'는 유독 눈에 띈다. '협녀'(2016) 이후 9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김고은은 어떤 연기로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까.

'자백의 대가'는 억울하게 남편 살해 용의자로 몰린 정윤수(전도연 분)의 이야기다. 억울하게 교도소에 가게 된 윤수(전도연 분)는 세상을 들썩이게 한 살인자 모은(김고은 분)과 만나고, 특별한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이 윤수 남편을 살해했다고 자백을 하겠다는 것. 사회에 홀로 남겨진 딸을 위해 윤수는 모은의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이 자백의 대가로 감당하기 힘든 걸 요구받게 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는 윤수 남편을 죽인 진범 찾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얽히며 긴장감을 쌓아간다. 초반부 윤수는 의문스러운 행동으로 의심을 사며 시청자와 진실게임을 벌이게 된다. 그러다 사이코패스적인 모은에게 극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이후엔 윤수의 약점을 쥔 모은과 홀로 진실을 쫓는 윤수의 대립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윤수가 모은의 과거를 알아가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처럼 ‘자백의 대가’는 매회 새로운 정보가 밝혀지며 눈을 떼기 힘들게 했고, 마지막에야 진범이 공개되는 방법을 택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밀도 높은 긴장감을 끝까지 지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백의 대가'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곳곳에 결점이 보인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선, 많은 시청자가 윤수와 모은이 교도소에서 소통하는 과정과 방식이 납득하지 못했고, 작위적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정효 감독 역시, 이 부분에서 드라마적으로 쉽게 가려고 했던 점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진범의 정체가 뜬금없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복선이 없지는 않지만, 정보를 극도로 감춰둔 탓에 진범이 공개될 때의 충격과 카타르시스가 크지 않다. 존재감을 느끼기 힘든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반전을 위한 반전이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그밖에 눈에 밟히는 건 박해수의 활용도다. 그가 연기한 백동훈 검사는 초반부 윤수의 맞은편에서 장애물 역할을 착실히 수행한다. 초반부 비어 있는 빌런의 자리를 훌륭하게 채우며, 긴장감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모은이 극의 중심으로 오면서 백동훈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리고 초반부 윤수를 범인으로 고집하던 모습과 후반부 달라진 태도 사이에 차이가 크고, 이 변화도 납득이 어렵다. 때문에 초반부 긴장감 형성을 위해 박해수와 캐릭터가 소모된 것 같아 아쉬움을 갖게 했다.

개연성을 비롯해 작은 결함들이 보이지만, '자백의 대가'는 전도연과 김고은의 압도적인 연기와 케미로 이를 가린다. 전도연은 자유분방한 성격과 비범한 의상, 그리고 때로는 도발적인 모습으로 살인 사건에 휘말린 윤수에게 기이한 에너지를 입혔다. 경찰 조사 도중 보여주는 미소,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절실함과 억척스러움, 그리고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 충돌하며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파격적인 짧은 머리부터 시선을 압도한 김고은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속을 알 수 없는 심리를 표정 없는 얼굴과 차가운 태도로 표현하며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컀다. 종종 보여주는 잔혹한 모습과 삶에 의욕이 없는 듯한 모습이 대조되며 캐릭터의 서사에 더 호기심을 갖게 했다.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다가도 단번에 살기를 뿜어내며 주도권을 가져오는 김고은의 연기는 압권이다. 큰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극도로 높이는 모습에서 김고은의 능력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시점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여태 본 적 없는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자백의 대가'는 또 한 번 증명했다. 비교적 한정적이었던 여성 캐릭터의 틀을 깰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배우들의 연기도 더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전도연과 김고은을 비롯해 여배우들이 못 보여줬던 연기가 너무도 많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최근 시도들이 반갑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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