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리셋하려고 … MZ퇴직 급증하죠"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6. 1.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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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인생책' 펴낸 메타 출신
크리스 채
평생직장 개념 희미해져
인생 다음 단계 고민위해
일단 멈추는 직장인 늘어
자발적 '안식년'이라 생각
메타선 퇴사자 재고용 문화
새 경험 쌓은 '슈퍼맨' 대우
인재를 甲으로 보기에 가능

한국 사회는 '일단 멈춤'에 인색했다. 한번 경력을 시작하면 정년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게 미덕인 산업화 사회를 거쳐왔다. 그런데 요즘 달라진 기류가 읽힌다. MZ세대에겐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졌고, 오히려 한창인 30대에 회사를 떠나는 직장인이 늘었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미니 은퇴' '직업 리셋'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끈기 부족으로 치부하기엔 쉼이 오히려 경쟁력을 높여주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인공지능(AI) 소비자경험팀 디자인 총괄 출신이자 현재 우리나라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브랜드 총괄인 크리스 채 작가(39)도 그런 경우다. 최근 그 경험담으로 '위험한 인생책'(더스퀘어)을 펴낸 채 작가는 매일경제와 만나 "인생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인생을 뒤흔들 1년을 만들고 싶다면 채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봄 직하다.

채 작가는 메타에서 7년간 일하다 30대 중반에 1년의 자발적 '안식년(Year-off)'을 가졌다. 지금의 회사에 합류한 지는 3년 됐다. 20대 초 디자인 컨설팅 경력을 쌓다가 해고된 후 택한 1년의 쉼에서 경력과 인생의 전환을 경험한 덕에 두 번째 안식년은 미리 계획해 떠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쉼은 막연한 두려움보다 거쳐갈 길로 여겨졌다고 한다. 한 멘토가 '인생을 25년의 배움, 40년의 경력, 15년의 은퇴 기간'으로 나눠보는 사고 실험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이때 은퇴 기간 중 5년을 미리 당겨 40년의 경력 기간 사이사이에 넣어보는 삶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어느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무대에 오른 여성 임원 5명 모두 '일을 그만둘지 혹은 경력을 바꿀지 고민하느라 쉬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리더들도 멈춰 갔던 적이 있다는 사실에 큰 용기를 얻었죠."

회사 입장에선 인재 이탈이 당장 손해나 배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이는 문제다. 메타에는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온 직원을 '부메랑'이라 부르며 환영하는 문화가 있다. 업무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까지 쌓았으니 '슈퍼맨'으로 본다는 것이다. 채 작가는 "소유했던 인재를 잃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지, 세상 속 수많은 자원의 하나로 보는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조직을 떠나더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고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좋은 사람이 올 수도 있죠. 진정한 리더라면 나가는 직원을 응원해야 합니다. 한국은 회사와 직원이 '갑을 관계'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선 인재가 갑이라는 점도 달라요."

물론 1년의 쉼은 미래를 담보하지 않고 경제적 불안도 수반한다. 그러나 더 큰 변화의 원동력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헷갈릴 땐 '내가 원하는 것'을 나침반으로 삼으면 된다. 채 작가는 책이나 유튜브 등에서 자기 지향과 닮은 삶의 모습을 발견하면 멘토로 삼고 만남을 청해 조언을 들었다.

작은 도전이 큰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채 작가는 이를 '도전 근육'이라고 표현한다.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빠지듯, 도전도 매일매일 조금씩 해봐야 하더라고요. 출근길을 바꿔보거나 안 먹던 음식을 먹어보는 것 등 작은 일탈도 좋아요. 전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매년 생일에 해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스카이다이빙을 뛰었어요. 그 기억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돌아옵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도 '중간 점검'의 중요성은 다르지 않다. AI 대전환과 맞물려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시대, 인생 2막 대비는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는 데는 훈련이 필요해요. '어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일'은 무엇인지부터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마음속 신호를 살펴보세요."

[정주원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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