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가 레미콘 관리, 시간 절반으로 줄었다” 안전도 높인 K레미콘 기술
콘크리트 안전성 제고·시간 및 비용 절약
상봉터미널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에 첫 적용

“33년째 현장에서 ‘품질관리’만 담당하고 있지만, 이렇게 편리한 현장은 처음입니다. 거의 자동으로 레미콘이 관리되다 보니 콘크리트 타설까지 시간이 절반도 안걸려요. 공기(공사기간)가 단축되는 거죠”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부지에 시공하는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건설 현장 품질관리자
지난 5일 직접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SH산하인더스트리 레미콘 공장 상황실. 레미콘을 찍는 카메라 화면 속엔 AI가 ‘예측 슬럼프’를 계산해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슬럼프란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반죽 질기를 측정하는 수치다. 레미콘 공장은 시공사에서 주문한 슬럼프대로 콘크리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며 물의 양을 조절하는 등 슬럼프를 맞춰야 했다. 또 레미콘은 타설 후 28일을 기다려야 압축강도를 알 수 있어, 한 달 후 기준 강도보다 낮으면 타설한 콘크리트를 재시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센서가 레미콘 제조의 모든 공정을 데이터화해 주고 있다.
2차산업이 4차산업화하고 있다.
SH산하인더스트리에서 28년 근무한 이종세 공장장
AI의 혜택을 받은 건 공장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이앤씨는 레미콘 생산뿐 아니라 레미콘의 규격·물량·타설 위치·납품시간 등 모든 데이터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통합 플랫폼도 구축했다. 레미콘은 크게 ▷생산 ▷운송 ▷반입 ▷시공 및 양생 과정으로 나뉘는데, 공장에서 건설 현장까지 모든 직원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레미콘 제조 현황과 품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건설 현장에선 레미콘을 운반하는 트럭이 실시간으로 어디쯤 왔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 더 체계적이고 신속한 시공이 가능해졌다.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2025 스마트건설챌린지’ 최우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안전한 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기술 효과로 꼽았다. 콘크리트의 슬럼프, 예측 강도 등이 조금이라도 틀어질 시 건물 붕괴 등 위험이 있는데, AI의 개입으로 이 같은 위험이 확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에는 하층 콘크리트가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타설이 진행돼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여럿 발생했다.
공기가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본지가 직접 찾은 상봉터미널 부지의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시공 현장에선 해당 기술이 본격 도입됐는데, AI가 정확하게 예측한 레미콘 덕에 불량 레미콘으로 발생되는 손실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도를 맞추지 못한 일부 콘크리트를 해체하고 재시공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던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공장장은 “본래는 재시공으로 인한 레미콘 트럭 회차율이 약 1% 정도 나왔는데, 이는 작은 산 하나 수준의 콘크리트가 매년 버려진다는 걸 의미했다”며 “이젠 그런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기존이 인식과 달리, 오히려 더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본래는 숙련된 기술자가 레미콘의 주문 슬럼프와 예측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면, AI가 해당 작업을 대신해줘 기술자를 더 필요한 부분에 투입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이앤씨와 기술 공동개발을 진행한 이원곡 SH랩 대표는 “이전에는 기술자가 설비를 못 보고 레미콘 생산에만 매달려있다 보니 기계가 고장 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제 설비에 집중할 수 있으니 고장을 사전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K-콘크리트’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 해외 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다. 공기를 줄여주는 레미콘 AI 기술은 콘크리트 생산이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는 타 국가에서도 관심도가 높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레미콘은 건축물의 안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재이기 때문에 생산에서 현장 도착까지 모든 과정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AI 품질 예측 기술을 한층 고도화해 높은 품질 기준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술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판매 및 협력을 추진 중”이라며 “스마트 건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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