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내 로힝야 난민 10명 중 7명은 1월 1일생…왜?
67% 생일이 1월 1일... 수십만 명
난민 등록 중 임시 입력... 교정 안 돼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서는 매년 1월 1일 수십만 명이 동시에 생일을 맞는다. 개인의 실제 출생일이 아니라, 난민 등록 과정에서 임의로 부여된 날짜다. 기본적인 신원 정보조차 온전히 기록되지 못하는 난민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약 67%가 난민 등록증에 ‘1월 1일생’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인 콕스바자르에는 로힝야 난민 약 97만8,000여 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실제 태어난 날과는 무관한 날짜다.
이 같은 통계는 난민 캠프 일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캠프7에 사는 모하메드 파루크는 올해 1월 1일 아침 페이스북에 쏟아진 수백 건의 생일 알림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생일이자 아내와 부모, 다섯 형제자매, 친구들, 이웃 대부분의 ‘공식적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파루크의 실제 생일은 9월 13일이다. 그러나 2017년 미얀마 군부 박해를 피해 라카인주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오고, 난민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생일이 잘못 기재됐다. 당시 70만 명 이상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으면서, 구호 직원들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임의 날짜를 입력한 결과다. 같은 생일이 많다 보니 캠프 안에서는 “모두 축하하려면 약 1㎢ 면적을 덮을 수 있는 케이크가 필요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당시 등록 현장에서 근무했던 유엔 관계자는 난민 유입 국면에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은 부족했고 난민들에게는 서류가 필요했다”며 “어떻게든 무언가를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오류가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들이 정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캠프에 사는 라프산 잔은 “지난해 생일 변경을 요청했지만 ‘불가능’이란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행정 문제는 물론 개인의 삶과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캠프12에 거주하는 모하메드 아니스의 실제 생일은 1월 15일이지만, 최근 구직 과정에서 취업 지원서에 유엔 발급 신분증상 생년월일을 그대로 기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 도착했을 때 유엔 직원들은 생년월일을 묻지 않았다. 그저 몇 살이냐고 물어 17세라고 답했다”며 “언젠간 진짜 생일을 잊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무국적 공동체인 로힝야에게 난민 등록증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유일한 공식 서류다. 일부 난민들은 이를 비닐에 싸 보관하거나 잠잘 때 베개 밑에 둘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국적을 잃은 이들에게 태어난 날마저 더 이상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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