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 식 언론개혁 입법의 폐해… 정부-여당, 조급증 버리고 숙의 나서야

미디어오늘 2026. 1.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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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개입한 대개의 개혁 담론이 그렇듯이, 언론개혁 역시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과 불신을 토대로 정당성을 획득한다.

무책임한 엉터리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데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언론의 보도로 인해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위축되는 건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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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534호 신년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 지난해 12월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이 개입한 대개의 개혁 담론이 그렇듯이, 언론개혁 역시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과 불신을 토대로 정당성을 획득한다. 무책임한 엉터리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데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 문제는 서로 엉터리라고 지목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개혁 논의가 정파성과 결합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숙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인 규제는 더 격한 정쟁의 불쏘시개가 될 뿐이다. 개혁이 긴요하고 절실할수록 조급증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싼 논란이 해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있다. 개정 법은 지난달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7월 시행이 확정됐다. 불법·허위·조작 정보임을 알면서도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유통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골자다. 또한 판결로 확정된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한 경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 정보의 신고 접수·삭제·차단 등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처리 시한을 못박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고, 당초 약속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도 슬그머니 뺐다. 권력자의 '입틀막 소송'을 우려해 정치인, 대기업만이라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요구도 묵살했다. 대체 무엇이 두려워 귀를 닫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허위조작정보 정의 규정이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뒤집히고 논란이 일자 본회의 상정 직전 다시 고치는 촌극도 벌어졌다. 정식명칭보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통용되는 법안에서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요건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법안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우왕좌왕한 것은 성안 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은 왜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법 개정을 강행했을까.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한 비판과 감시가 불편한 권력의 속성 탓일까.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언론의 보도로 인해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위축되는 건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다. 보수정권이 탄생해 이 법을 근거로 언론을 탄압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무도한 정권을 탄생시키는 일을 할 리 만무하다”고 답했다. 앞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차남의 대학편입 관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가짜뉴스의 전형”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두려워서인지 '가짜정보근절법' 통과 전에 부랴부랴 보도했다”고 비난했다.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냈다. 법 개정을 주도한 핵심 인사들의 오만과 비뚤어진 언론관에 아연할 뿐이다.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더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가짜 사진과 영상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규제의 방식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건강한 공론장의 형성과 작동을 해치지 않으면서 악의적 정보 유통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귀를 열고 자문해 봐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과연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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