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호텔 케이크 등장… “지나치다” vs “소비자 선택”
롯데호텔 등도 30만원대 내놔
“10만원대까진 지갑 열겠지만
그 이상 가격은 구경용 불과“
호텔측 “전문가 3명이 수작업”
일각 “원가율은 17.1% 불과”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베이커리에선 예약 주문 손님들이 20명 넘게 모였다. 사람들은 35만∼50만 원대 케이크 진열대 앞에서 신기한 듯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11만 원대 케이크를 예약한 A 씨는 “무슨 35만 원이 넘는 케이크가 다 있나 신기했다”면서 “여럿이 모여 파티를 하려고 11만 원대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만약 식구끼리 먹는다면 10만 원대 케이크를 사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명 호텔에서 연말 연초를 맞아 케이크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 개당 가격이 5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케이크까지 등장하자 터무니없이 비싼 것 아니냐며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 케이크를 50만 원에 출시했다. 하얀 송로버섯(화이트 트러플)을 이용한 케이크로, 하루 3개 한정 판매를 한다. 지난해 40만 원에 선보인 블랙 트러플 케이크인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보다 10만 원 더 오른 가격이다. 치즈 케이크, 진한 밀크·다크 초콜릿 가나슈, 산딸기 앙글레이즈 크림까지 6가지 맛을 하나의 케이크로 담아낸 ‘더 조이풀 신라베어’는 35만 원에 판매됐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도 눈 덮인 겨울 마을을 연상시키는 화이트초콜릿 케이크 ‘뤼미에르 블랑슈’를 38만 원에 내놨다. 웨스틴조선 서울 역시 식용 금으로 감싼 머랭이 들어간 ‘골든 머랭 트리’ 케이크를 35만 원에 판매했다. 롯데호텔은 리본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붉은빛 크리스마스 장식 모양의 ‘오너먼트 케이크(30만 원)’를, 포시즌스 호텔도 ‘다이아몬드 포시즌스 리프(30만 원)’를 내놨다.
시중 빵집(3만∼5만 원)보다 7∼10배가량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김모(45) 씨는 “요새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양산형 베이커리에서도 9만∼10만 원대 케이크를 팔고 있어, 호텔 케이크라는 브랜드 값을 생각하면 10만 원대는 그나마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35만 원이 넘어서는 건 그냥 구경용이지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고가 케이크의 경우 파티시에 2∼3명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만드는 시간도 하루 이틀이 걸린다”며 “그만큼 만들기 힘들어 한정판매로 팔고 있고, 그에 따른 가격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언급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관계자는 “일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3만 원짜리 케이크는 원가율이 60% 수준”이라며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는 조금 더 고급화된 제품을 내다보니 재료도 고심해서 쓰고, 인건비도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구독자 58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제로비’가 18만 원대 호텔 케이크를 파티시에와 함께 만들어본 결과 총 재료 원가가 3만 원대에 불과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로비는 화이트 시트 반죽에는 계란(1545원), 설탕(184.5원), 꿀(235.5원), 프랑스산 밀가루 T55 160g(477원), 버터(1040.4원), 우유(120.5원), 바닐라빈 3g(1380원)을 사용했다. 총 재료비는 총 4983원, 초콜릿 시트 반죽 비용은 5360원으로 계산됐다.
가나슈 받침에는 동물성 생크림(642원), 다크초콜릿(3469원), 밀크초콜릿(2075원), 버터(301원), 헤이즐넛(823원), 코팅용 초콜릿(3180원)이 사용돼 총 1만489원이 쓰였다. 시트 사이에 들어가는 딸기 8개는 5596원, 시럽 비용은 111원이었다.
겉면을 장식하는 생크림은 계량 결과 6754원이었고 데코 파우더(56원), 초코볼 장식(26원), 이름이 적힌 장식 초콜릿(20원)까지 포함해 최종 재료 원가는 3만888원으로 계산됐다. 이를 기준으로 한 원가율은 약 17.1%다.
이에 호텔 측은 “계란이나 밀가루 등 가격이 오른 데다 환율의 영향도 있어 재료비 자체가 많이 높아졌다”며 “이외에 숙련된 파티시에를 통해 한정 생산함에 따른 인건비도 있어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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