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안전할 줄 알았는데…트럼프, 결국 칼 빼들었다 '발칵' [글로벌 머니 X파일]
"중국 제품에 라벨만 갈았다"
미국의 역습에 흔들리는 '포스트 차이나'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멕시코와 베트남의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급망의 국적' 등을 따지는 원산지 확인을 강화하면서다. 그동안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라벨만 바꿨다는 '우회로 방식'이 막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미 중국 무역 적자 줄었지만
7일 미국 상무부와 경제분석국(BEA)의 '2025년 9월 무역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는 150억 3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풍선 효과'로 이어져 이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이라는 풍선의 한쪽을 누르자 그 압력이 그대로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옮겨가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같은 기간 멕시코와의 무역 적자는 173억 8000만 달러, 베트남과의 적자는 166억 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중국을 추월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행하던 물동량이 멕시코와 베트남이라는 '우회 파이프라인'을 타고 미국으로 흘러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멕시코의 대중국 수입액은 1300억 달러에 육박한다. 2017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멕시코 내수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증가 물량을 멕시코에서 모두 소비하기 힘들다. 미국으로 재수출되기 위한 중간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수치라는 분석이다.

멕시코의 보호막 '흔들'
미국의 대응은 정교해졌다. 멕시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라는 강력한 무역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멕시코가 중국 기업의 '우회 침투'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심하고 있다.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의 '호푸산 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에는 하이센스, 만와 등 중국 가전 및 가구 대기업 4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곳은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 국경에서 불과 200km 떨어져 있다. 물류적으로 최적의 입지다.
미국 정부는 이곳을 노렸다. 232조(국가안보) 관세 체계에서의 ‘면제 적용 요건 강화’를 근거로 '제강'과 '주조'가 멕시코나 북미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철강에 대해 면세 혜택을 박탈하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에서 최종 가공해도 원자재인 쇳물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에서 왔다면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살바도르 퀘사다 멕시코 철강협회(CANACERO) 사무총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역외에서 들어오는 불공정 철강을 차단하자는 것”이라며 “멕시코 역시 북미 철강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비협정국·덤핑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분야도 논란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멕시코 현지 공장 설립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작년 상반기 멕시코 내 중국차 판매량은 10만 8000대를 넘어섰다. BYD의 줄리안 비야로엘 부사장은 "멕시코 공장은 멕시코 및 남미 시장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 우회 수출 의혹을 부인했다.
미국은 '커넥티드 카 데이터 안보 규제'를 통해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통신 모듈이 탑재된 차량의 미국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아틀란틱 카운슬의 보고서는 "BYD의 멕시코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북미 전력망과 데이터 인프라에 중국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의 가장 큰 리스크는 향후 USMCA 공동 검토다. 협정의 존폐를 결정짓는 '결정적 시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CSIS 등은 멕시코가 중국의 투자를 스크리닝하는 'CFIUS(대미외국투자심의위원회)'와 유사한 강력한 기구를 도입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베트남 '라벨 갈이' 한계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 주자였던 베트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원산지 세탁'의 중심지로 지목받으며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베트남산 태양광 제품에는 최대 271%에 달하는 반덤핑 및 상계 관세가 부과됐다. 이는 베트남 태양광 제조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베트남 태양광 산업의 대부분은 '트리나 솔라', 'JA 솔라' 등 중국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사실상 '중국 영토의 확장'으로 간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자제품 제조 허브로 꼽히는 베트남 북부 박장성과 랑선성 등 중국 접경 지역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은 중국 자본의 유입과 함께 '단순 조립을 통한 원산지 변경' 사례가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작년 7월부터 환적 화물에 대해 40%의 징벌적 환적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단순 조립이나 라벨만 바꿔 다는 행위를 밀수와 동급의 범죄로 취급한 것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EAPA(집행 및 보호법) 조사를 통해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관세 포탈도 적발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의 유령 회사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루트였다.
작년 베트남 외교의 최대 과제는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작년 8월 이를 거부하고, '비시장경제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협상에서도 베트남을 압박했다. 베트남은 당초 46%의 고율 관세 위협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산 보잉 항공기와 LNG 구매를 약속하며 '상호주의 관세 20%' 수준에서 잠정 합의했다. 최악은 피했지만 기존 2~10% 수준이었던 관세가 20%로 인상되는 것은 수출 주도형 경제인 베트남에 큰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부메랑?
미국의 '우회로 봉쇄'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만 주진 않는다. '우회로 봉쇄'는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공급망 혼잡도가 증가하면서 미국 내 전자제품과 의류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우회로 차단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미국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멕시코와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핵심 해외 생산 거점이다. 국내 간판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우회로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국 기업은 생산 거점 다변화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투명성을 입증하는 '오리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 소재의 비중을 낮추고, 멕시코와 베트남 현지 조달률을 높여 '메이드 인 멕시코'가 무늬만 멕시코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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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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