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악 위기에도 소신 대신 침묵 택하는 초선들… 자정 능력 어디로
"입 비뚤어져도 말 바로 해야" 침묵에 일침
초선들은 "전임 원내대표"... 여전히 신중론

김병기·강선우 의원 '공천 헌금' 의혹이 연일 정국을 뒤흔드는데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기 국면일수록 앞장서서 당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던 '소신파·소장파 초선'은 옛말이 된 모양새다. 소신을 담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침묵을 택하는 초선 의원들 모습에서 '민주당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현역 최고령 박지원 의원이 6일 참다못해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해 탈당을 촉구하며 "초재선 의원들이 들고나왔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고 나선 상황이다.

1인 1표제 제동 걸었던 초선, 공천 헌금 의혹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더민초)'은 지난달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에 "당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제동을 거는 등 당이 휘청일 때마다 중심을 잡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유독 이번 2022년 지방선거 '1억 원 공천 헌금' 및 김 전 원내대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더민초'의 모습과 대비된다. 더민초는 2023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며 "엄중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한다"며 "송영길 전 대표가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직접 밝히라"고 요구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수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며 "송 전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22대 공천 주도한 김병기 눈치보기 탓
하지만 이번 공천 헌금 사태에는 초선 의원 목소리가 실종됐다. 한 초선 의원은 "(더민초) 회의 일정을 잡자거나 의견을 수렴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 전혀 안 나왔다"고 기류를 전했다.
제명된 강 의원은 차치하더라도, 김 전 원내대표 문제에 유독 관대한 반응이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은 (전) 원내대표고 본인도 소명을 하고 있고, 당의 판단도 있지 않겠냐"며 "집단적으로 (행동을) 하기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의혹이나 증거가 더 분명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초선 의원 침묵을 두고 민주당의 내부 권력 견제나 자정 기능이 약화됐다는 경고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을 사실상 주도했던 만큼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가뜩이나 당 지도부가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초선 의원들마저 내부 비판을 꺼리면 과거 공천의 공정성·정당성 훼손 시비를 막아낼 명분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동료들끼리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수권정당으로서 자정 기능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고령 박지원, 다선 의원들이 소장파 역할
초선 의원들이 방관하다시피 하는 태도로 일관하자 오히려 중진·다선 의원들이 소신·소장파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전 원내대표는 억울하더라도 자진 탈당하고 선당후사, 살신성인의 길을 가야 하고, 당도 12일까지 결과를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며 정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하지 않는다면 조속히 당에서 제명조치를 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박 의원은 전날 시사인 유튜브 방송에서도 "초재선 의원들이 개혁을 들고나오고, 중진들은 '타협해서 가자'고 다듬고 가야 하는 건데, (초재선 의원) 아무도 안 한다"고 우려했다. 22대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의원은 "현역 의원을 비판하면 내 손해라는 걸 잘 안다. 나 의장 떨어졌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된다"고 후배 의원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3선 이상 다선 의원들도 적잖은 정치적 부담에도 소신 목소리를 낸다. 3선 박주민 의원이 YTN라디오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을 갖고 있으리라 믿고, 당에 가장 부담이 안 가는 결정을 스스로 판단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고, 진성준 의원도 전날 "충정 속에서 당을 위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에둘러 탈당을 권유하는 등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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