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 중·러·북·이란의 서반구 확장에 대한 차단신호…이번 작전 쿠바 등에 반복 적용”[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선임기자 2026. 1.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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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국제질서 재편 전망’
“미·중·러 강대국 전략 경쟁의 공간적 확장 보여주는 사건”
“이란, 콜롬비아, 쿠바에 경고메시지 발신은 이번 작전이 이들 국가에도 반복적 적용”
“중국의 주요 수입국 지위 약화 가능성은 세계 에너지 지형의 지정학적 재구조화 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현실성이 높지 않아”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첫 재판이 열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으로 향하기 위해 맨해튼 다운타운 헬리포트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는 미국·중국·러시아 간 강대국 전략 경쟁의 공간적 확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이번 작전이 베네수엘라에 국한된 예외적 사건이라기보다 쿠바·콜롬비다·이란 등의 국가에 반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선례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이 북한에 같은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학교 교수는 6일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에 기고한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국제질서 재편 전망’ 글에서 “마두로 체포 사건은 미국이 강대국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제한적 무력 사용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날지 보여주는 단초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교수는 “베네수엘라는 지난 20여년 간 중국, 러시아, 이란이 중남미 지역에서 구축해온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 중 하나였으며, 이들과의 관계는 베네수엘라에게 있어 제재 회피와 정권 생존의 핵심 기반이었다”며 “그럼에도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체포됐다는 사실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부 후원,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관계가 정권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전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두로 체포 직후 미국이 이란, 콜롬비아, 쿠바 등 복수의 행위자들을 향해 유사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이번 작전이 이들 국가에도 반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궁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은 강대국 경쟁이 인도·태평양 전구(戰區·Theater)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전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일반인의 관심으로부터는 다소 벗어난 서반구에서부터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실질적으로 증명했다”며 “이는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의 안정과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및 유럽 전구에서의 영향력 유지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중국·러시아 간의 영향권 분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오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체포 사건에서 미국은 민주화나 체제 전환이라는 규범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회사 투자와 경제회복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회복시키겠다는 점만을 밝혔다”며 “정치의제보다 석유와 재건에 필요한 자원 접근 보장이 핵심적인 목표임을 보여줬는데,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이념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미국의 강대국 경쟁을 위한 재원 마련과 서반구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와 관련해 취재진과 이야기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 교수는 “최근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는 미국이 전 세계 모든 전구에서 동등한 수준의 개입을 지속하기보다 자국 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서반구의 안정 확보를 국가안보전략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서반구에서의 불안정과 외부세력의 침투는 장기적으로 미국이 다른 전구, 특히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의 강대국 경쟁 수행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 그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한적이지만 직접적인 개입으로서의 마두로 체포 사건은, 이러한 전략적 공간 우선순위 재조정이 추상적 선언에 그치고 있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전략적 우선순위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이른바 ‘CRINK(각 국가들의 첫 글자를 딴 작명)’의 협력 강화라는 구조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RINK는 공식 동맹이나 협의체는 아니지만 제재회피, 외교적 상호지원, 군사·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느슨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협력의 서반구 거점국가였으며, 중국·러시아·이란과의 협력은 정권 생존의 핵심 기반이었다. 마두로 체포는 이러한 CRINK 서반구 확장에 대한 차단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전면적 강대국 충돌이나 장기 개입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세력에게 서반구가 무제한적으로 개방된 전략 공간이 아님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며 “마두로 체포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콜롬비아, 쿠바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이는 이번 체포 사건이 단발적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다른 전구에 위치한 CRINK 거점국가 혹은 거점지역에 대한 개입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두로 체포는 고립주의의 귀환이 아닌, 먼로 독트린의 선별적 공간 선택 논리가 비자제적 축소 전략과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향후 전망과 관련 “마두로 체포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 끝나지 않으며, 그 파급효과는 남미 지역질서, 글로벌 자원·에너지 공급망, 그리고 규칙기반 질서 전반에 걸쳐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마두로 체포를 기점으로 남미 지역 국가들의 강대국 제휴 상황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중남미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여 있었고, 중국·러시아· 이란 등 외부 세력은 이틈을 활용해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체포 작전을 통해 미국은 더 이상의 영향력 약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안정적 후방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해, 특정 임계점을 넘는 행위에 대해 선별적으로 개입할 준비가 돼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자원 및 에너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 교수는 “마두로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듯 자원 및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수익과 생산량은 크게 저조한 상태였다”며 “이는 정치적 불안과 제재, 산업운영 부실, 노후화된 에너지 인프라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미국의 개입은 단순히 자원을 확보하려는 시도 이상의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 자원 산업의 향후 관리 및 재건 계획을 언급한 것은, 단지 경제적 수익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러시아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도전을 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 정유시설로 돌리려는 움직임, 중국의 주요 수입국 지위 약화 가능성은 세계 에너지 지형의 지정학적 재구조화를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재편이 단기적 유가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앞서 언급했듯 제재와 인프라 붕괴를 회복하는 데에는 장기적인 투자와 정치 안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 주목할 점은 이러한 에너지 문제가 단순한 경제적 이윤 획득에 그치지 않고 강대국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중동·러시아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 자원도 공급망 재조정을 위한 경쟁 대상이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 체포사건이 동북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정 교수는 “마두로 체포 사건은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의 일시적 불안정으로 마무리지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서반구를 핵심전략 공간이자 강대국 경쟁을 위한 후방지역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선택적 개입의 범위 내에서 지역 질서를 관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규칙기반 질서의 집행 방식과 내용,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와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며, 마두로의 체포 사건을 이해하는 배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서반구 지역은 비록 선택적이지만 직접적인 개입 대상으로 부상한 만큼,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 방식 역시 전략적 우선순위와 공동 이익 기반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먼저 이번 사건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유적 전망은 현실적 맥락을 간과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점령 시나리오를 실행하려면 우선 동북아에서의 세력균형이 중국에게 우호적이며 미국과 동맹국의 제휴 상태가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판단이 필요할 것”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경제적 비용과 편익, 내부 정치 동학 등 훨씬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비유적 전망은 과도한 추론이며, 중국의 대만 침공은 훨씬 장기화된 미중 갈등과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베네수엘라와 같은 단기간의 작전 성공이 불가능한 현안이기에 이러한 전망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무력사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번 사건을 사용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CRINK 국가들은 일시적으로 제휴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마두로 체포 이후 외교당국 차원의 담화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며 “이러한 반응은 CRINK 차원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전략적 제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전략경쟁 차원에서 대미 견제라는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지만, 에너지와 전략 공간 확보 차원에서는 상호 견제와 비협력이 관찰된다”며 “이란과 북한은 글로벌 경제 및 외교적 차원에서 자국 우선 전략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CRINK는 일시적으로 공통된 메시지와 대응을 보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쟁 차원에서의 제휴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리처드 그레넬 특임대사가 베네수엘라와 북한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조건의 두 국가에게 같은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두 국가 모두 독재 국가이고 지도자 간의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이 더 용이하다는 점에 있어 같은 카테고리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지속적으로 강대국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범전구적 노력을 할 것이나, 매우 선별적인 우선순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그러한 측면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미국은 모든 전구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동맹국들의 억제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동맹국 스스로가 해당 전략공간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역량 및 역할 분담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지역별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며 “미국의 제한적·선별적 개입이 강화될수록, 위기 발생 시 행동 조건과 작전 종료 조건을 명확히 설계하는 능력과 이에 대한 공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외부 충격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미국의 전략공간 우선순위를 고려한 통합억제구조 강화, 다층적 위기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며 “마두로 체포는 남미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논리와 구조는 남미 지역 밖에서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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