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에 두쪽난 세계…중·러 “미국, 주권국 짓밟아” 이때다 비판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2026. 1. 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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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프 “합법적 원수 아냐”
중·러 “美 국제법 위반 규탄”
美, 서반구 영향력 확대 속도
“18개월내 베네수 석유 재건”
국제사회 역학관계도 요동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이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의 체포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보리서 진영간 공방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과 전격적인 대통령 체포로 다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진영 간 대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방 진영은 미국의 주장대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불법정권으로 규정하며 이번 작전을 옹호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은 주권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라며 맞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적 개입 정책인 ‘돈로주의’가 제국주의의 부활로 해석될 만큼 강한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도 요동을 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선 미국의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에 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중국·러시아 간 극명한 입장차가 드러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 “국가를 점령한 것이 아니다”며 “마약 테러리즘 혐의에 따른 합법적인 기소를 집행하기 위한 법 집행 작전”이라고 말했다.

왈츠 대사는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한 개표 부정 논란을 거론하며 “마두로는 불법적인 대통령이었다. 수년 동안 (합법적인) 국가 원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권이 정상적인 주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군의 군사작전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제임스 카리우키 주유엔 영국 차석대사도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며 “영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합법적인 정부로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이양되기를 바란다”고 미국에 힘을 실었다.

제롬 보나퐁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마두로가 집권한 2024년 대선이 수많은 부정행위로 훼손됐다”며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베네수엘라의 정권 이양을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군사작전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반한다”며 “국제 질서의 근간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이라고 이번 작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는 물론 반서방 진영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작전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무엘 몬카다 주유엔 베네수엘라 대사는 “미국 정부에 의한 공화국 대통령 납치이고 주권국에 대한 폭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는 천연자원 때문에 희생됐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경우 법이 아닌 무력이 국제관계의 중재자라는 참담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美 법정에 선 마두로 “나는 결백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그린 스케치.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마두로 전 대통령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해 “나는 결백하다. 나는 유죄가 아니다”며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이라며 “납치돼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중남미 좌파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오던 중국은 앞장서 베네수엘라와 공동전선을 폈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주권과 안보를 짓밟았다”며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패권적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모든 국제법적 규범을 위반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마두로 부부를 즉각적으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군사작전을 두고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약범죄와 부정선거를 타깃으로 앞세웠지만 실제 석유 산업 확보가 핵심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려 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에서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18개월보다 짧은 기간에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스트럭처를 재가동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를 갖는 것은 유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주 석유 기업들과 회동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접수를 본격화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1위의 산유국으로 과거 미국의 3대 석유 메이저 기업이 진출했지만 좌파 정권이 수립된 후 사실상 쫓겨났다.

미국으로선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군사작전을 마친 후 콜롬비아와 쿠바를 겨냥한 위협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해 “좋은 얘기다”고 말했다. 쿠바에 대해서도 그는 “난 쿠바가 그냥 무너질 거로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서반구 지배는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앞마당인 중남미보다는 중동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던 외교·군사 정책의 대전환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잠식했고, 러시아 역시 무기 지원으로 베네수엘라와 손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 라틴 아메리카는 변방에서 갑자기 중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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