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한국, 보호무역·저성장 이중고 직면…돌파구는 있다”

윤원섭 기자(yws@mk.co.kr),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홍성용 기자(hsygd@mk.co.kr),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6. 1. 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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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참석한 연구기관장 5인의 한국경제 전망
베네수 등 지정학 위기 일상화
반도체·車 뺀 수출 15년째 정체
AI 중심으로 성장 다변화 절실
CPTPP 가입 등도 고려해볼만
올해가 피지컬 AI의 원년 될 것
잠재성장률 끌어올릴 역할 기대
“지정학적 위기는 일상화됐고, 통상 압력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제조업 강국인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피지컬(Physical) AI가 될 수 있다.”

2026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기간인 5일(현지시간) 한미경제학회(KAEA)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2026년 한국 경제 도전과 세계 경제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국내 대표 경제연구기관장들이 이같이 진단했다. 이들은 올해 경제가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성장률이 전년보다 높아지겠지만, AI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에 적극 대처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사진 = 연합뉴스]
먼저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자유 통상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에 보호무역주의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부담”이라며 “멕시코발 50% 관세 위협 등 교역 대상국 전반에 퍼진 보호무역 기조를 돌파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시급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더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해질수록 장기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기회이나,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남훈 원장은 “과거 일본이 미국의 통상 압력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를 대폭 늘렸던 것처럼,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해외 법인이 벌어들인 돈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구조, 즉 ‘일본의 현재’가 곧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사진 = 한국금융연구원]
이들이 전망하는 거시경제 지표는 2026년이 ‘완만한 회복’과 ‘구조적 둔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한 해가 될 것임을 알려줬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정부의 재정 확대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2.1%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착시 현상이 뚜렷하다. 이항용 원장은 “반도체, 자동차를 제외하면 한국의 수출은 2010년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를 ‘K자형 회복’으로 정의했다. 그는 “AI와 반도체가 성장의 키 드라이버 역할을 하며 수출을 견인하겠지만, 비정보기술(IT) 부문의 성장률은 1.4%에 불과할 것”이라며 성장 기반의 다변화가 절실함을 지적했다.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사진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은 더 비관적인 글로벌 환경을 경고했다. 그는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세계는 교역 위축과 저성장(미국 2%, 중국 4.5%, 유럽연합(EU) 1%)이 고착화됐다”며 “특히 식량·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는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시켜야 할 이유”라고 역설했다.
이상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사진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들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기술, 특히 AI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 또한 노동과 자본 투입의 한계를 넘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유일한 열쇠가 AI라고 진단했다. 이상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은 2026년이 피지컬 AI의 원년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AI가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는 ‘두뇌’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결합해 실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사진 = 연합뉴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원 원장은 “글로벌 주요국의 과도한 공공부채와 국채 금리의 구조적 상방 압력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라며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성 확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2026년 한국 경제는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파고와 인구 감소 및 저성장이라는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통상 외교와 함께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고 AI와 신산업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제언하며 포럼을 마쳤다.

이날 포럼에는 이재우 한미경제학회 회장, 이석배 차기 한미경제학회 회장 등 한인 경제학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미경제학회는 미국 유수 대학과 기관에서 연구하는 재미 한국계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1985년에 출범해 올해로 41주년을 맞았다. 한미 경제학자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양국 경제 현상을 연계해 통찰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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