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진출 차·배터리 기업들, ‘글로벌 최저한세’ 과세 부담 덜었다

특정 국가서 15%보다 낮은 세율 적용 땐 다른 국가서 차액분 과세
OECD, 구글·애플 등 미 기업·각국 투자용 세제 혜택엔 적용 ‘제외’
한국 정부 과세권 일부 축소…수익 조세회피처 은닉 허용 비판도
앞으로 구글·애플·넷플릭스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은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는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도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세금을 한국에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 진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한국 정부의 과세권도 일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5일(현지시간) 145개 이상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미국 기업 면제를 담은 내용의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2705억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이 본사 소재국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가 15%에서 못 미친 세율만큼 추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영국·독일·일본 등 56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21년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이날 새 합의안이 나왔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의 IRA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운용하는 투자 촉진 목적의 세제 혜택을 글로벌 최저한세율 산정에서 예외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차, 국내 배터리 기업 등은 IRA 세액공제로 미국에 진출한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15%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즉 1차 과세권을 가진 한국 과세당국은 모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차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요구해온 사안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한국의 통합투자세액공제·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미국의 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등이 글로벌 최저한세율 계산에서 예외에 해당한다”며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한국 기업들의 세 부담이 완화돼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ECD는 또 미국에 본사를 둔 최종 모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그 차액을 과세할 수 없게 된다. 즉 구글이나 애플 본사의 미국 내 실효세율이 15%를 밑돌더라도 한국 과세당국이 구글코리아·애플코리아에 추가로 과세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미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5%를 웃돌아 이번 합의로 한국이 실제로 잃을 세수는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OECD는 글로벌 최저한세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명목세율 20% 이상 법인세와 15% 이상 최저한세를 적용하고, 다국적 기업그룹의 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15% 이상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국이 이를 충족하는 자체적인 최저한세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역외 월권행위로부터 보호한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에서 미국 기업이 제외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 비영리단체 ‘재무 책임성 및 기업 투명성 연합’(FACT 연합)의 정책 책임자인 조르카 밀린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기업 과세 분야에서 약 10년간 이뤄낸 세계적인 진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미국 기업들이 수익을 계속 조세회피처에 은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나영·박상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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