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국가 전략 흔드는 정치, 대통령이 나서야하나

정부가 지난해 12월 10일 발표한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2047년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을 위한 700조원 투자 계획을 담은 국가 전략이다. 대통령이 직접 발표를 주재한 ‘이재명 반도체 전략’이다. 전략 중에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의 비수도권 지정이 담겼다. 반도체산업의 비수도권 확산이 명분이었다. 대통령도 ‘남쪽 지방에 새로운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진행중인 용인 반도체 일반·국가산단을 흔들 여지가 없는 ‘앞으로’의 전략이고 당부였다.
정부 부처와 호남 정치권이 ‘앞으로’를 ‘지금 당장’으로 왜곡하고 곡해해 사달이 났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연말 전력 문제를 들어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론에 불을 댕기자,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냉큼 받았다.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4일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는 주장을 SNS에 게시했다. 이병훈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6일 광주광역시의회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분산 배치를 주장했다.
김 장관의 연말 발언이 새해 들어 호남 정치권 전체의 여론전으로 확산하면서 이상일 용인시장과 용인 국회의원들이 고군분투한 대응도 경기도 차원의 대응으로 확대됐다. 연임에 도전하는 김동연 도지사는 4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도지사 시절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뚫고 유치한 역작”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반도체 국가전략을 용인 산단 이전 및 분산으로 왜곡하는 호남 정치권에 대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업적이라는 사실로 받아친 것이다. ‘용인 사수’가 경기도지사 예비출마자들의 1차 검증 관문이 될 지경이 됐다.
용인의 SK 반도체 일반산단과 삼성 반도체 국가산단은 불가역적이다. 일반산단은 1기 팹이 올라가고 있고, 국가산단은 지정을 완료하고 토지수용 중이다. 두 산단 건설에 1천조원이 투입된다. 이를 해체해 이전하고 분산하자는 건 이재명표 반도체 국가전략을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얘기다. 대만, 미국, 일본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불가역적 용인 반도체 산단을 정치공학과 지역이기주의로 오염시켜 지체시키는 현실이 두렵다. 심화되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지 모른다. 일이 그렇게까지 커지면 대통령이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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