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후덕죽의 리더십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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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2021년 서울 풀만호텔 '호빈'을 맡은 지 2년 만에 미쉐린(미슐랭) 1스타를 안겼다.
요즘도 요리가 알맞은 온도로 나가는지를 체크한다고.
□ 후 셰프는 "햄이랑 소시지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1968년 호텔 양식당 주방 보조로 취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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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 쟁쟁한 요리사들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한 사람, 후덕죽. 한국 중식계 거장이다. 1949년생인 그의 요리 경력은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의 42년을 합해 57년. 그는 여전히 웍질을 하는 현역이다. 2021년 서울 풀만호텔 ‘호빈’을 맡은 지 2년 만에 미쉐린(미슐랭) 1스타를 안겼다. 요즘도 요리가 알맞은 온도로 나가는지를 체크한다고.
□ 후 셰프는 “햄이랑 소시지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1968년 호텔 양식당 주방 보조로 취업했다. ‘전설’이 시작된 건 문득 요리에 끌리면서다. 청소, 빨래부터 해야 했던 혹독한 요리 수련, 집요한 비법 연구를 거쳐 대가가 됐다. 중국 보양식 ‘불도장’을 1987년 한국에 처음 선보였고, 기름기 적고 담백한 광둥요리를 들여와 자극적인 사천요리, 북경요리가 주류였던 중식 판을 바꾸었다. 1994년 방한한 장쩌민 중국 주석에게 “중국 본토 요리보다 맛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 그런 후 셰프가 요리 예능에 나와 젊은 요리사들과의 경쟁을 자처한 것부터 파격. 대결 과정에서 보여 준 품격과 위엄은 더 큰 파격이었다. 요리사에게 칼은 목숨 같은 것. 한 출연자가 그의 중식도를 불쑥 집어 들어 마늘을 빻느라 탕탕 내리칠 때, “칼을 아주 잘 쓰네”라고 웃어넘겼다. 팀 리더 자리를 후배에게 내주고 막내 요리사인 양 맨손으로 참외를 무칠 때, 망고 살을 발라내며 멈칫하는 옛 제자에게 “그렇게 해, 좋아, 좋아”라며 격려할 때, 심사위원들에게 “수고 많습니다” 인사부터 할 때, 찬사가 쏟아졌다.
□ 요리사는 으레 ‘버럭’하는 존재였다. 드라마 ‘파스타’(2010)의 주인공 최현욱(이선균), 영국 BBC방송 요리 예능 ‘마스터 셰프’의 고든 램지가 ‘폭군 셰프’의 전형. 화를 내지 않아도 주방이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실력이 있다고 꼭 오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후 셰프는 보여줬다. 윽박지르고 면박하는 리더십은 낡았다. 학교 반장, 회사 팀장부터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까지 되새길 일이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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