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식 보유세' 실험이 한국에선 불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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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자산에 보유세를 부과하자는 부유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부자들의 전체 자산에 매년 보유세를 부과하는 부유세가 미국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정 세율로 매년 부과하고, 소득이 아니라 순자산에 부과해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게 부유세의 목적이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년 자산 2000만 달러 이상 부자들에게 총자산의 14.25%의 부유세를 일회성으로 부과하자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이 당선된 후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부자감세와 저소득층 의료 지원금 삭감을 단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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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일회성 부유세 추진
뉴욕시는 고소득자 추가 소득세
부유세 핵심, 주식 미실현 수익 과세
초부자 자산 대부분이 기업 지분
스위스, 주가 상승의 25% 가져가
부유세로 인한 부 유출 25% 수준
총수 지분 적은 한국 도입 어려워
부자들의 자산에 보유세를 부과하자는 부유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부과 대상자가 극히 소수이고, 부유세 부과로 경제가 위축된다는 특별한 증거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더스쿠프가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시의 부유세 부과 움직임을 통해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부유세 부과를 주장했지만, 당선 이후 부자감세로 방향을 바꿨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6/thescoop1/20260106174720112bdkn.jpg)
부자들의 전체 자산에 매년 보유세를 부과하는 부유세가 미국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캘리포니아주州는 미국 최대 의료 노조가 중심이 돼 순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 이상인 부자들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과세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뉴욕시는 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시장의 공약대로 연간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시민에게 추가 소득세로 기존 세율보다 2%포인트를 더 부과하고, 뉴욕주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밀히 따지면 두 방안 모두 제대로 된 부유세는 아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정 세율로 매년 부과하고, 소득이 아니라 순자산에 부과해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게 부유세의 목적이어서다. 그렇지만 두 지역의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실패한 초부자들의 주식 미실현 이익 과세를 현실 세계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부유세의 본질은 주식 보유세다. 최상위 수준의 부자일수록 기업 지분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 규모 상위 10% 가구는 2024년 기준 전체 미국 주식의 약 93%를 보유했고, 최상위 1%는 미국 상장 주식의 54%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상위 주식부자 4명이 국내 상장주식의 70% 가까이를 자신의 의결권으로 움직일 수 있다.
부유세는 주가 상승분의 얼마만큼을 매년 가져갈까. 부유세를 시행하고 있는 4개국(스위스·스페인·노르웨이·콜롬비아)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반발이 적은 스위스의 경우를 보자. 순자산이 73억원(400만 스위스프랑) 이상이어서 최고세율 0.84%를 적용받는 스위스 납세자는 보유한 주식 가치가 연간 3.20% 증가하면, 주식을 팔지 않아도 미실현 수익의 25%를 부유세로 내야 한다.
다만, 부유세 대상자는 대체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브리엘 주크만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2024년 G20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산 보유 규모 상위 0.001%의 세계 초부자 3000여 명이 1987년 이후 부를 연평균 7.1%씩 늘려가 현재 전세계 부의 14.0%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 | 캘리포니아주·엠파이어센터, 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6/thescoop1/20260106174721415qucb.jpg)
부유세를 도입하지 않은 결과로 세계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누구도 쉽게 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제적 불평등이 민주 사회의 기본 원리인 '기회의 평등'을 얼마나 위협하는지를 경고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연준 의장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도 2019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콘퍼런스에서 "최근 경제적 불평등은 19세기 이후 가장 심각하다"며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을 악화해 부의 불평등을 영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세는 극히 일부의 부가 지나치게 팽창하는 것을 막아 대다수 서민의 경제적 기회를 보장하려는 차원의 분배정책이지만, 동시에 특정 기업의 지분이 한 가문에게 집중돼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것을 막는 반독점 정책인 측면도 있다.
미국의 부유세가 창업자의 자기 회사 주식 보유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창업자가 당대에 축적한 부마저도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식으로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뜻이다.
부유세는 정치적 불평등을 사전에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성장론을 연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는 2023년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극심한 부와 극심한 빈곤이 공존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평등이라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며 "불평등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고 해서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유세 실험에서 우리가 관찰해야 할 것은 부유세 반대론자들의 사실상 유일한 논리인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자들이 도망간다'는 게 사실인지다. 반대론자들의 이같은 가스라이팅은 늘 효과적이었지만, 부유세 시행국인 스위스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2008년 스위스 루체른주가 부유세를 포함해 대부분 세금의 세율을 인하하면서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베른에서 일부 자산가들이 빠져나갔을 것이란 주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일부만 사실이었다. 보유세의 약화에서 기인한 자산 가격의 인플레 현상과 해외 이주민의 유입이 만든 착시였다.
2009~2015년 루체른 주민의 자산 증가율은 베른보다 40%나 많았지만, 이 중 25%는 해외에서 유입된 주민들 영향이었고, 약 20%는 보유세의 약화로 주택 매매가격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었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합인 집값은 대체로 보유세가 낮으면 오르고, 높으면 낮아진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난 1월 3일 임대료에 숨은 수수료를 없애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6/thescoop1/20260106174722682qspg.jpg)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부유세를 도입할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보유 중인 주식 가치의 상승분에 과세하는 보유세는 사실상 도입될 수 없다[※참고: '부자들의 나라' 스위스만큼도 과세할 수 없는 이 나라·더스쿠프·2025년 12월 2일]. 재벌 총수들의 그룹 지배지분이 너무 적어서 시행하는 순간 주인이 바뀔 수 있고, 어느 정권도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년 자산 2000만 달러 이상 부자들에게 총자산의 14.25%의 부유세를 일회성으로 부과하자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이 당선된 후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부자감세와 저소득층 의료 지원금 삭감을 단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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