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업리포트①] 한라봉·레몬이 주렁주렁…제주도 아닙니다
대도시 근교농업서 새 수익원 체험, 농가 직접 운영 비중 절반이상 차지

인구 230만명인 대도시 대구는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산업화와 도시 팽창으로 농업 기반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까지 겹치면서 사과 재배 여건도 변화를 겪고 있다. 대표 작물인 사과도 점차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형적인 도시근교농업 형태로 변하고 있다. 품질 좋은 농작물의 소량 생산에 집중하고 도시 근교의 장점을 살려 체험공간 역할도 담당하는 등 농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자치단체도 농가소득 향상과 농업 인구 증가를 위해 청년 농부 양성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대구 농업 지도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대구기상청은 대구 지역 연 평균 기온이 2015년 13.4℃에서 2024년 14.5℃로 1.1℃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2025년 추정치는 13.7℃로 다소 내려갔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사과 재배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대구시농업기술센터(이하 대구농기센터)에 따르면 대구 사과 재배 면적은 2021년 112만㎡에서 2025년 102만㎡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밀감 재배 면적은 2021년 825㎡에서 2025년 8천800㎡로 4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절대 면적은 부족하지만 시설 감귤 재배 면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경북대 김성겸 교수(원예과학과)는 "기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사과의 재배지가 더 북상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소득 작물의 교체가 불가피한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농업 현장을 직접 찾아 그 변화상을 확인하고 향후 발전 방향도 모색해봤다.
◆ 기후 변화가 가져온 농작물 변화

지난 5일 대구 동구 둔산동 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강추위에 얼어붙은 몸이 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초록 나무와 줄기, 주황색 열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귤이 달린 나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다른 비닐하우스엔 한라봉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듯 달려 있었다.
레몬나무는 마지막 수확을 기다렸다. 각 나무 사이 간격은 언뜻 보면 빽빽해 보였다. 농장주는 나무가 자라면서 더 간격이 좁아졌다고 했다. 제주도 노지 감귤밭처럼 넉넉하게 간격을 둘 수 없는 도시 비닐하우스의 현실을 보여줬다.
간격이 좁은 만큼 전지작업이 중요하다. 햇빛이 가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나무가 서로를 덮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길을 내야 한다. 이날 취재진이 찾아간 둔산동 농가는 총 4동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1천983.5㎡(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1동에선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한라봉(1동)과 레몬(2동) 재배용 비닐하우스도 따로 있다.

이곳에선 무농약 재배가 원칙이다. 농약을 치지 않는 대신 방충망으로 큰 해충을 막는다. 막걸리와 설탕을 섞은 트랩으로 작은 벌레를 잡아낸다. 진딧물이나 균에 천연 재료를 쓰거나 흡입 장비를 활용한다.
하우스 내부 온도는 자동으로 조절된다. 설정 온도를 넘으면 지붕이 열려 더운 공기를 보내고 다시 닫힌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 밤에는 온풍기가 돌아가며 비닐 위로 '이불' 같은 커튼이 드리워진다. 이날 감귤 하우스 내부 온도는 5℃를, 레몬 하우스는 15℃로 유지되고 있었다.
힘들 것으로 예상된 수확기보다 수확 전, 나무를 관리하고 균형을 맞추는 계절에는 더 일손이 많이 간다. 현장에서 만난 한 감귤하우스 농장주는 "비닐이 찢어지거나 문을 열면 해충이 들어올 수 있어 완벽하게 막을 순 없다"면서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계속 살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은 판매를 거의 하지 않고 농장을 찾는 체험객들이 수확하도록 했다. 체험 과정에서 많이 보고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농업과 달리 도시근교농업은 체험 활동도 중요하다. 농장 운영에 있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감귤 체험은 9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한라봉은 12월 초부터 1월 중순까지 수확과 체험을 겸한다.
수익 구조는 체험이 60%, 판매가 40%다. 다만 비율은 매년 달라진다. 귤값이 오른 해는 판매가 유리하며 가격이 떨어질 때는 체험이 더 힘을 발휘한다. 이 농장주는 "소량생산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품질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며 "비닐하우스는 온도·습도·환기·병해를 매일 확인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지만 품질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 재배품목 다각화와 근교농업 장점 극대화
지구 온난화로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 대구 역시 재배가 가능한 아열대작물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구는 감귤 주산지와 비교해 토양과 일조량 등 재배환경에 강점이 있다. 당도가 높고 산미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대도시 소비시장이 인접해 소량이라도 높은 품질을 유지해 판매한다. 도심근교농업의 강점을 살려 '체험형 농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유리하다.
현재 동구 둔산동엔 2곳, 부동·미대동·중대동·숙천동엔 각각 1곳, 수성구 고모동 3곳 등 총 9개 농가(1.1㏊)에서 온주 밀감, 한라봉, 레몬 등을 재배 중이다. 가장 먼저 2017년 식재된 수성구 고모동과 동구 둔산동의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감귤이 출하되고 있다.
지난해 고모동·둔산동지역 감귤 생산량은 22t에 이른다. 주로 직거래와 로컬푸드 판매장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구농기센터 김수진 소장은 "체험형 농업모델이 지역농업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성도 대구가 주 산지인 크게 제주에 뒤지지 않는다. 대구농기센터 분석 결과, 대구는 직거래 판매로 3㎏에 2만5천원~3만원, 체험활동으로 1인당 1만2천원∼1만7천원을 받는다. 체험 과정에서 제공되는 1인당 밀감량은 현장시식 400~700g과 팩 포장 600g을 감안하면 1~1.5㎏ 정도로 ㎏당 1만원이다. 제주는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로 80%를 소비한다. 평균 출하단가가 ㎏당 5천원 전후로 형성된다. 결국 대구 감귤재배는 제주에 비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적지만 단위면적당 소득은 매우 높은 셈이다. 노지재배가 불가능해 반드시 보온 및 가온시설이 확보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는 것은 단점이다. 재배지 확대가 빠르지 않지만 직판과 수확체험이 가능한 소비처를 갖고 있어 경제성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낙관하기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김 교수는 "아열대 작물은 내륙 재배 시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기후 조건이 최적에 맞지 않을 경우 생산성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경북대 오승환 교수(산림과학조경학부)도 정책적 준비 과정을 강조하며 정책을 제언했다. 오 교수는 "우선 지역 적응형 양묘로 타 지역 묘목을 심기보다 대구 기후에 적응된 어린 나무를 키우는 양묘 과정을 통해 기온 변화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행정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대구수목원 등 지역 조직을 활용해 대구에 적합한 유망 수종을 스스로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위군의 농업 기반을 대구 농업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정책적 설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들어갈 과도한 비용을 막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정책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목기자 hmk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