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못 자르니 로봇 늘렸는데"…韓 노동경직 역설, AI 시대 '축복'으로
"제조업 편중이 '피지컬 AI' 최적 실험장 만들어"
AI칩 구매자에서 제조 AI 모델 수출국 도약 기회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제조업 편중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AI 시대에 오히려 '필승 카드'가 될 수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폐막한 '전미경제학회(ASSA) 2026 연례회의'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 실물 경제를 얼마나, 어떻게 휘두를 것이냐였다. 한미경제학회 회원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한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와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는 한국 특유의 산업 구조가 '피지컬 AI'(물리적 인공지능) 시대에 뜻밖의 우위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미국처럼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경기 변동에 따라 인력을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로봇 도입에 절박함이 덜했지만 해고가 어려운 한국에선 기업들이 로봇 도입에 더 적극적이었다"며 "이런 '강제된 자동화'가 역설적으로 피지컬 AI를 구현할 세계 최적의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피지컬 AI는 이를테면 용접 부위의 미세한 틈을 보고 전류를 조절하는 숙련공의 '감'을 학습해야 한다"며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전 방위 제조업 스펙트럼을 가진 한국의 숙련공 데이터를 AI에 이식한다면 그 모델 자체가 엔비디아 칩 못지않은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 추격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물리적 제조'와 AI를 결합해 '글로벌 제조 AI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현장 데이터 양은 중국이 많지만 안보 민감도가 높은 제조 현장에 중국산 AI 모델을 도입하려는 서방 국가는 많지 않다"며 "국가 신용도가 높고 제조 생태계가 탄탄한 한국이 독일을 제치고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청사진을 그리려 하지 말고 민간이 마음껏 뛸 수 있게 놔둘 필요가 있다"며 "나중에 발생하는 부작용만 관리해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졍부는 AI 도입 과정에서 숙련 데이터와 AI의 효율이 결합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를 미세 조정하고 판을 깔아주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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