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하 3도에서 피어난 공원 '어른아이들' 모임

최광현 기자 2026. 1.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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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된 삶이 일상이 된 요즘, 청년들이 공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SNS와 넷플릭스 등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경찰과 도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어린 시절 놀이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추운 겨울 몸을 푼 청년들은 곧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경찰과 도둑'으로 넘어갔다.

2시간 동안 경찰과 도둑, 꼬리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등 다양한 놀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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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동심 찾아, 놀이터에 빠진 2030]
당근 모임발 ‘경찰과 도둑’ 열풍
대전 겨울밤, 청년들 놀이로 모여
소음 피하고 안전 챙긴 질서 눈길
추위도 못 막은 “다음에 또 모이자”
지난 5일 참가자들이 경찰과 도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꼬리 물기 등 여러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최광현 기자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여기 와서 다 같이 뛰어노니깐 정말 옛날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요"

개인화된 삶이 일상이 된 요즘, 청년들이 공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SNS와 넷플릭스 등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경찰과 도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어린 시절 놀이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타인과의 연결과 순수한 즐거움에 대한 갈증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7시 30분, 대전 중구 문화동의 서대전공원. 영하 5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털모자를 눌러쓴 청년들의 표정엔 묘한 설렘이 배어 있었다.

"추운데 정말 사람들이 올까?" 싶었던 우려는 기우였다.

약속 시간이 되자 40여 명의 청년들이 공원 한편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경찰과 도둑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내려온 사람, 대부분은 서로 낯선 얼굴이었지만 어색함보다 기대감이 앞섰다.

"오늘 뭐부터 할까요?" 누군가의 물음에 곧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순식간에 시작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추운 겨울 몸을 푼 청년들은 곧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경찰과 도둑'으로 넘어갔다.

"경찰과 도둑 시작합니다! 도둑 팀은 30초 먼저 도망가세요!"

본 게임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도둑이다. 저기 도둑 잡아라"

넓은 공원을 가득 채운 채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운동장을 옮겨놓은 듯했다.

2시간 동안 경찰과 도둑, 꼬리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등 다양한 놀이가 이어졌다.

4명의 운영자는 공원 곳곳에서 게임을 지휘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 썼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단호하게 내보내겠다"는 규칙도 사전에 공지했다.

이들의 만남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모임 기능에서 시작됐다.

대전 지역만 해도 동네마다 적게는 100명, 많게는 800명이 넘는 '경찰과 도둑 놀이' 모임이 만들어져 있었다.
경찰과 도둑 참가자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최광현 기자.

공원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놀이터 같은 곳은 어린이 공간이고, 주거지역 인근은 소음으로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운영진 김모(23) 씨는 "우리끼리 즐기자고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순 없다"며 "공원도 모두의 공간이기에 일부만 한정해서 쓴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억압된 단체생활도, 의무적인 단체 회식도 아닌 순수하게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만남.

추운 겨울밤, 청년들은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있었다.

참가자 이부민(26) 씨는 "요즘 세대 갈등 같은 삭막한 얘기들 속에서 지내는데 여기서는 나이대가 섞여 놀면서 하나 되는 느낌이 든다"며 "원래 은둔형 외톨이처럼 혼자 있었지만 여기 오면서 사람도 많이 사귀고 좋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게임이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다음에 또 참여할게요!" "단톡방 만들어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작별 인사가 오갔다.

혼자여도 괜찮지만 가끔은 함께여도 좋은, 그런 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풍경이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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