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트럼프 협박에 맞불…“그린란드 공격하면 나토 종말”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위협이 결국 덴마크 쪽으로부터 ‘나토 해체’로 귀결될 수 있다는 반응을 낳는 등 대서양 양안의 관계가 거칠어 지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5일 덴마크 방송 TV2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획득 주장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동맹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거칠게 반박했다. 그동안의 외교적 언사의 대응을 벗어던지고,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대응이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며 “그것은 나토 자체,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공돼 온 안보까지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동맹국 영토인 그린란드를 영유하려고 군사적 조치를 가할 경우, 나토 동맹의 해체까지 거론하는 최후통첩에 가까운 메시지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또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말할 때 “트럼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히 위협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덴마크는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와 그린란드는 이같은 방식으로 협박당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를 인터뷰한 TV2의 기자는 “예전 같았으면 총리가 미국의 그린란드 접수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트럼프의) 그 표현이 워낙 격화돼서 총리가 그런 가능성을 인정해야만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다음 날인 4일 기자들에게 그린란드의 미국령화를 다시 요구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중국 배들로 전 지역이 덮혀있다”라며 “우리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고, 덴마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안보 태세를 강화했다면서, 개썰매 한 대를 더 추가했다”고 조롱했다. 그는 “20일 안에 그린란드에 관해 얘기해보자”며 “약 2달 안에 우리는 그린란드를 걱정할 것”이라고 말해,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위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주도한 스티븐 밀러 국토안보보좌관은 이날 그린란드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군사력을 동원한 그린란드 획득을 시사하는 데까지 나갔다.
그는 시엔엔과 회견에서 “그린란드는 마땅히 미국에 속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원한다면 그린란드를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을 배제하지 않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군사작전에 관해 물어보는 맥락이라면 그런 것을 생각하거나 말할 필요도 없다”며 “누구도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갖고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미국은 미국의 일부로 그린란드를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힘에 의해, 권력에 의해 통치되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며 “이는 태초부터 세계의 철칙이다”고 강조했다.
강경우파 인플루언서인 밀러의 부인 케이티 밀러는 그린란드가 미국 성조기로 채워진 지도에 “곧”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미지를 포스팅해, 미국이 곧 그린란드를 접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아 덴마크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나토 해체 위기를 꺼낸 것은 베네수엘라 침공 뒤 트럼프의 그린란드 획득 주장에 이어 핵심 실세인 밀러까지 가세해 그린란드 장악 의지를 내비치는 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 뒤 닐슨 그린란드 자치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이제 충분하다. 더 이상 압력과 합병이라는 환상은 안 된다”고 반박했으나, 미국 쪽에서는 계속 관련 주장들이 나왔다.
덴마크에서는 미국의 그린란드 획득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덴마크 의회에서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아샤 켐니츠 의원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중국 배로 덮여있다는 거짓말을 한다”며 “그린란드 주민들은 대비 태세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도 덴마크를 옹호하며 미국 비판에 나섰다. 키이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직 그린란드와 덴마크왕국만이” 그 영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의 파스칼 콩파브뤼 대변인은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할 수 없다”며 프랑스는 덴마크와 연대한다고 말했다. 아니타 히퍼 유럽연합 외교 대변인은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영토 정합성 수호를 다짐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이례적으로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린란드가 중국 배로 덮였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해 “사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구실로 이른바 중국 위협론을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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