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전 트렌스젠더, 여성 전용 시설 출입 어떻게 봐야 하나?

박창범 2026. 1.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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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닥터To닥터]
유럽 20여 개 나라에서 자기 선언만으로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20여 개 나라들에선 치료 내역 등 증빙 서류와 육체 및 정신의 성적 불일치를 인정하는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자기 선언'만으로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들은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 없이도 성별 변경을 신청할 수 있고 1년 뒤 재변경도 가능하다. 행복 추구권과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 기반이 커지면서, 성별을 결정짓는 기준이 의학적 기준에서 당사자가 인식하는 성별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변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법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전원합의체 결정을 내리면서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 성으로 바뀌었는지, 생식능력을 상실했는지 등 허가 기준을 담은 사무처리 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을 만들었다. 대법원은 2020년 해당 예규에서 외부 성기 여부나 생식 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을 '조사 사항'에서 '참고 사항'으로 변경하였다. 2023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법원에 인권 침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지침을 변경할 것을, 국회의장에게는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하급심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할 때 신청인에게 성전환 수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렇지 않은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성기 성형과 고환 제거와 같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호르몬 치료를 받음과 동시에 신청인이 일생을 살아오며 느낀 성별에 대한 인식, 사회적 환경 등 다른 자료들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전환된 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24.4.3. 2023호기 1033결정 등).

이렇게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성별 정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 받았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트랜스젠더가 공중목욕탕이나 사우나, 그리고 탈의실을 이용할 때 어디를 이용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만약 남성 사우나나 탈의실을 이용하게 한다면 트랜스젠더에게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 사우나나 탈의실을 이용한다면 주위의 여성들이 불편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성기를 제거하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공중목욕탕이나 화장실에 출입해 위협할 것이라는 것은 성전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부족에 따른 우려라고 지적하며 다른 성이 되기를 원하면서 그 성별의 사람들에게 배척받거나 자신을 혐오 시선에 노출시키는 성전환자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A씨는 폭력 등을 겪어 공중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법원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위해 수술강요할 수 없어", 2025.8.14.)

미국에서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2023년 보도에 따르면 호르몬 주사를 맞는 중이지만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 남성의 주요 부위를 그대로 달고 있던 트렌스젠더가 요가학원에서 여자 탈의실을 사용하려다 탈의실을 함께 사용하던 일부 여성이 고함을 지르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요가학원에서는 해당 트렌스젠더의 여성 탈의실 사용을 제지하였고 트렌스젠더는 여자 탈의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요가학원 측의 대처가 수치심과 굴욕감, 그리고 좌절감을 안겼다고 주장하면서 500만 달러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마찬가지로 2022년 신분증상 여성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남성 성기를 가지고 있는 트랜스젠더가 뉴저지의 한 찜질방을 이용하려고 하였는데 찜질방 측은 성전환 수술 여부와 생식기 상태를 질문했고 그가 남성 생식기를 가지고 있다고 답하자 남성용 시설 이용을 안내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찜질방 측은 수영복을 착용한다면 여성 시설 사용을 허용해 주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소송 끝에 찜질방 측은 정책을 변경하여 성전환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고객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성별 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고객들은 해당구역 내에 전형적인 성별 신체와 다른 고객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공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겉보기에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성기 제거 및 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한 트랜스젠더가 입원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병원 원무과에서는 성기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고 주민등록번호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다인실이나 1인실로 입원하게 하였다. 트렌스젠더는 자신을 남성 병실로 입원하도록 한 병원의 판단이 차별적이라고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당국은 트랜스젠더들이 의료 시설의 이용에 있어 접근성을 높이고 입원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2022.9.13. 21진정0749500결정)

트랜스젠더들이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도 법적으로 성전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트랜스젠더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불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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