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올려도 잘 팔려"…연례행사 된 가격 인상, 초고가 전략 통했나

김나연 기자 2026. 1. 6. 16: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품 1위’ 에르메스 가격 인상…타 브랜드도 인상 가능성
신발 이어 가방·스카프까지 줄인상…피코탄 5.4% 올라
샤넬, 브랜드 가치 379억달러로 45% 급등…루이비통 제쳐
신세계백화점 본점 루이비통 매장. ⓒ김나연 기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새해 벽두부터 명품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됐다.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루이비통과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명품 가격 인상이 사실상 연례행사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초고가 전략을 앞세운 샤넬이 반복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패션 브랜드 가치 1위에 오른 것은 '비쌀수록 강해지는 브랜드'라는 명품 시장의 공식을 증명한 사례라는 분석이다.

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5일 국내에서 가방과 스카프, 신발 등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했다. 가방 가운데 인기 제품 '피코탄'은 517만원에서 545만원으로 약 5.4% 올랐고, '에블린'은 330만원에서 341만원으로 3.3% 인상됐다. 스카프 라인도 10%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일 '산토리니 샌들'과 '로얄 로퍼', '아워 로퍼' 등 일부 신발 제품 가격을 각각 5.3%, 3.2%, 3.4% 올린 데 이어 인상 범위를 확대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는 매년 새해를 기점으로 가격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격을 올리면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계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 명품시계 롤렉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새해 첫날부터 일부 모델의 국내 판매가를 5~7%가량 인상했다.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는 1470만원에서 1554만원으로 올랐고, '서브마리너 데이트 오이스터스틸 옐로우골드 41㎜'는 2711만원에서 2921만원으로 7% 넘게 뛰었다. 산하 시계 브랜드 튜더 역시 9%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IWC, LVMH(모엣 헤네시·루이비통)그룹 산하 브랜드 태그호이어와 위블로, 일본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 등 주요 시계 브랜드들도 연초를 전후해 가격 인상에 나섰거나 이를 예고한 상태다.

주얼리 라인을 중심으로도 인상 기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샤넬은 코코크러시 등 일부 주얼리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했고,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 역시 가격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부쉐론은 내달 4일을 기점으로 주요 주얼리·워치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명품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올리냐", "내 월급만 안 오른다", "도대체 누가 사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지는 한편, 가격 인상을 '연초마다 반복되는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인상 시점을 묻는 글과 함께 가격 인상 전 구매를 서두르는 '오픈런'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요인이 단순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환율 변동과 금값 상승, 인건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외부 요인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한편, 실제로는 브랜드 희소성과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자체가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위기 의식과 희소 가치를 자극하는 효과를 낸다"며 "명품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곧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은 연초에 그치지 않고 연중 수차례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1월 가방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3월 화장품, 6월 가방과 주얼리 가격을 최대 10%까지 올리며 이른바 '초고가 전략'을 지속해 왔다. 루이비통 역시 지난해 1월과 4월, 11월에 걸쳐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프라다도 지난해 세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샤넬은 초고가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클래식 플랩백 등 핵심 상품 가격을 수차례 올리며 2019년 대비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지만, 매장 앞 오픈런과 대기 행렬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오히려 브랜드 희소성을 높이면서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근 영국 브랜드 평가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45% 급등한 379억달러(약 55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오랜 기간 패션 브랜드 정상을 지켜온 루이비통을 넘어선 수치다. 루이비통은 329억달러(약 48조원)로 2위로 내려앉았고, 에르메스와 디올이 그 뒤를 이었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샤넬의 상승세에 대해 "샤넬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유산과 스토리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명품 업계 전반에서는 이 같은 가격 인상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브랜드들이 연초를 기점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흐름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데다, 가격 인상이 브랜드 가치 제고와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소비와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가격 인상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아시아 유통 전문 기업 블루벨 그룹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73%는 명품 브랜드 상품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브랜드 평판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도 80%에 달했다. 응답자 76%는 명품을 단순 소모품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고가 명품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 반면 중저가 시장은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초고가 명품 중심의 성장 전략이 중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할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명품을 중심으로 한 수요는 견조한 반면, 중저가 시장은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명품 시장의 경우 가격을 대폭 인상하더라도 소비자 반발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식품이나 일반 의류 등 생활 소비 영역과 중저가 시장은 소폭 인상만으로도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 가격 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초고가 정책과 브랜드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전략이 명품시장에서 통했다고 본다"며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전략이 올해 소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