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빚을 갈등에서 벗어날 시간

기호일보 2026. 1. 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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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대망의 21세기가 깃발을 세운 지 25년이 흘렀다. 지난 25년 사이 한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2000년 이전 해외에 한국을 아는 이 드물었는데 K컬처가 선도한 요사이 한국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어둡다. 대망을 어느 정도 성취한 한국과 달리 해외의 갈등이 곳곳에서 표면화된다. 역사적으로 종교, 정치, 체제 사이의 갈등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지 모르지만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공연히 새삼스럽지 않다.

 국지적이지만 자제되지 않는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의 최근 갈등을 비롯, 끝날 뜻 끝나지 않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국토 갈등으로 보이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감정의 골이 곪아 터진 것으로 전문가는 해석한다. 그럴 것인데 결국 군사력 차이가 예상했던 결말로 주저앉힐지 모른다. 국제사회가 그렇게 강요할지 모르는데 감정을 풀지 못하면 봉합한 결과와 관계없이 갈등은 재현될 수 있다. 기후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다가오면 분쟁은 훨씬 격렬해질 수 있다.

 중국이 연거푸 거대하게 짓는 메콩강 상류의 대형 댐으로 수자원을 잃은 캄보디아는 풍요롭던 하구의 농토와 생태계를 잃었다. 농부는 황폐된 농토로 벽돌을 구워 생계를 잇는데 재활용 명목으로 수입한 옷가지를 태우는 바람에 대기오염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런 벽돌로 지은 프놈펜의 건물이 범죄의 온상이 되었는지 모르는데 금융 범죄 단지를 점유하는 악랄한 자본의 유혹에 빠져드는 이는 한국보다 태국 청년이 훨씬 많다고 한다.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었는데 기상이변을 몰고 오는 기후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히말라야 빙하가 눈에 띄게 녹는다. 추세처럼 녹으면 평균 1.5km에 달하는 그린란드 빙하는 이번 세기 안에 모두 녹을 거로 기후학자는 예견하는데 붕괴 속도가 예상을 앞당긴다. 그렇다면 히말라야 빙하는 언제 모두 녹을까? 인도와 파키스탄의 많은 인구는 히말라야 빙하에 의존하는데 빙하가 사라지면 농업용수는 고갈될 테니 지금도 거친 두 나라의 갈등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히말라야 빙하는 그린란드 빙하보다 빠르게 녹을 텐데 그 빙하를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지역에 중국도 포함해야 한다. 세계 최다 인구 국가 사이의 갈등은 지역에서 멈추지 않을 텐데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

 기상이변이 걷잡기 어렵게 일으키는 산불은 해마다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농토를 황폐하게 만드는데 그때마다 밀수출이 금지되면 아프리카의 수입국은 굶주려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넓은 평야는 농기계를 비롯, 화학비료와 농약이 동원되어야 경작이 가능한 석유 농업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먹는 식량 대부분을 생산하는 미국은 대표적인 화학농업 국가인데 드넓은 농토에 사막화가 점점 심각해진다. 더 많은 석유가 필요한 농업은 머지않아 한계를 보일 게 틀림없다. 식량의 절대량을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K푸드 인기에 취할 수 있을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지나친 개발로 해양생태계가 선사해준 풍요로움을 잃어간다. 인구가 많고 국토의 65%가 산지일지라도 농토가 풍요로워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옛이야기가 되었다. 82억 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는 줄여야 마땅하지만 초고령화에 몰리는 우리는 인구를 늘려야 한다며 농토와 생태계의 개발에 몰두한다. 형벌 같은 더위는 해마다 정도를 더하는데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국가의 기후는 얼마나 황폐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최악의 기후가 최근 10년에 몰렸다. 지난여름이 가장 시원했다고 기록되는 상황에서 기후가 빚을 세계의 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텐데 21세기의 4분의 1이 속절없이 흘렀다.

 요사이 잘 나간다는 K방산은 세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2100년까지 75년이 남았다. 우리 미래세대는 2100년 이후에도 우리 이상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 지난 21세기는 위기를 무섭게 전했다. 기후위기가 가혹해진다. 대책을 세울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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