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볼모로 마두로 체포했지만… 트럼프 계산대로 '석유 시장' 흐를까

강서구 기자 2026. 1. 6. 15: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마두로 체포한 트럼프의 속내
미국 마약 사망 1위 펜타닐
마약 유입 경로와도 거리 멀어
미, 베네수엘라 원유 노렸나
트럼프, 석유패권 거머쥘까

베네수엘라에서 군사작전(앱솔루트 리졸브·Operation Absolute Resolve)을 펼친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후 "먼로주의(Monroe Doctrine)의 재확립"을 언급하며 "서반구는 우리의 영역이며 이 지역의 안정성을 해치려는 그 어떤 외세나 독재자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 회사를 베네수엘라에 투입해 미국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보상 받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 트럼프의 속내 =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한 표면적인 이유는 마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미국을 병들게 하는 마약의 심장부"라고 규정했다.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미 사법부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 장비 소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미국 내 마약 사망 원인 1위는 베네수엘라산 코카인이 아닌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펜타닐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5년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10만5007명) 중 70%(7만383명)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코카인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의 28.0%인 2만9449명이었다. 코카인의 유입 경로도 베네수엘라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2024년 12월 미국에 들어오는 코카인의 90%가량이 콜롬비아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언급한 마약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명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마두로 대통령은 5일 맨해튼의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나는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집에서 납치돼 이 자리에 왔다"며 "난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기소인부절차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기소 사실을 고지하고 유죄·무죄 답변을 구하는 미국의 형사절차다.

■ 석유패권 노린 작전 = 이 때문에 글로벌 마켓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석유패권을 노리기 위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미국 석유 회사를 베네수엘라에 투입해 미국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보상 받겠다"고 밝힌 것도 석유패권을 노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보유량 1위 국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30억 배럴(2024년 기준)에 달한다. 원유 수출 강국이자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2672억 배럴)보다도 많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2025년 11월 기준 일평균 86만 배럴로 전세계 소비량의 1%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일평균 생산량은 1005만 배럴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채굴권을 장악하면 글로벌 석유패권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원유 생산 1위 국가(일평균 원유 생산량 1387만 배럴). 경질유를 생산할 수 있는 셰일오일도 3조7000억 배럴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중질류'인 베네수엘라 원유까지 확보한다면 미국 입장에선 화룡점정과 같다.[※참고: 경질유는 원유의 끓는점(섭씨 30도)이 낮아 가솔린·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 중질유는 끓는점이 360도로 높다. 선박용이나 산업용 연료로 많이 사용한다.]

■ 중국 견제 포석깔기 = 베네수엘라 원유를 장악하면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판매처를 잃은 베네수엘라산産 '메레이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중국은 국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 사용해 왔고, 이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중국은 주요 원유 수입국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연간 20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2025년 12월 베네수엘라에 브렌트유보다 50% 싼 가격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중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10억 달러를 투자한 중국의 베네수엘라 유전개발 프로젝트(CCRC)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중국은 원유 수입 가격 상승이란 악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생각대로 될까 =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느냐다. 외국 정상 체포란 전례 없는 군사행동에 이어, 특정 국가를 직접 운영하고 자원 개발까지 병행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국제사회의 거센 저항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베네수엘라도 미국의 군사 작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현지시간) 열린 비상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마두로 한명뿐"이라고 밝히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통화했다"며 "그(로드리게스)는 본질적으로 우락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기꺼이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베네수엘라 정부에 "처신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2차 공격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 뉴욕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사진|뉴시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임시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이날 "군사적 침략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슬픔을 안고 왔다"며 "미국에 인질로 잡힌 우리의 영웅들 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베네수엘라가 자유롭고 주권적인 국가로서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발판으로 석유패권을 손에 쥘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