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후 법정부터가 진짜 싸움… 마두로 재판, 판사·검사·변호사 ‘최정예’ 대립
92세 베테랑 판사 헬러스타인 배당
마두로 변호인, ‘어산지 딜’ 이끈 폴락 선임
전문가들 “고도의 정치·외교적 재판”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5일(현지시각)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하면서 사상 초유로 현직 국가 수반으로서 미국 사법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 재판은 미국 사법권의 한계와 국제 사회 법 질서를 시험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만큼 혐의 입증이라는 본안 싸움과 함께 누가 변호를 맡고, 누가 기소하며, 어떤 판사가 재판을 맡느냐가 재판 향방을 가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번 사건 심리를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92세 고령이다. 그는 1998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임명돼 약 30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9·11 테러 관련 소송과 수단 제노사이드 사건 같은 굵직한 국제적 사건을 수차례 판결했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사건도 다뤘다.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차원에서 돈을 지급하고, 기업 회계 조작으로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2023~2024년 뉴욕에서 열린 재판 중 트럼프 측이 주장한 면책 특권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입막음 돈 지급은 대통령 공식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영역”이라고 판시했다. 그만큼 법정에서 정치적 발언과 법적 쟁점을 엄격히 분리해, 법리 중심으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주요 매체들은 이런 헬러스타인 판사의 전력이 마두로 측이 내세울 ‘국가원수 면책’ 주장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5일 첫 출석에서도 마두로 측의 정치적 주장에 해당하는 발언을 제지하고, 신원 확인과 절차적 문제만 다뤘다. 이후 벌어질 재판이 감정적·정치적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다.

마두로 측은 국제 분쟁·국가안보 사건을 다뤄온 베테랑 형사 변호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마두로 측 방어를 맡은 배리 폴락 변호사는 국제 분쟁 전문 변호사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사건을 맡아 2024년 유죄 인정과 귀국을 이끌어냈다. 폴락은 마두로가 미국 법정에 서게 된 과정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는 마두로 체포가 “군사적 납치이자 불법 연행”이라고 했다.
변호인단 전략도 ‘무죄 입증’보다 ‘절차 흔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유무죄를 따지기 앞서 미군 급습을 통한 신병 확보 자체에 적법성이 없다고 주장하겠다는 취지다. 폴락 변호사는 이날 출석 자리에 앞서도 미군 개입 여부, 해외 체포의 적법성, 미국 법원의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사전 공방을 예고했다.
그는 마두로가 현직 국가 수반으로서 누려야 할 면책 특권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재판을 실질적인 심리로 끌고 가기보다 절차적 결함을 지적하며 시간을 끄는 전략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폴락 변호사는 “본안 이전에 해결해야 할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마두로 측이 이 전략을 잘 펼칠 경우, 재판이 수년간 본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국제법·관할권 논쟁에 묶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측에서는 뉴욕 남부연방검찰청(SDNY) 테러·국제마약 부문 베테랑들이 전면에 나섰다. 아만다 훌 검사와 카일 워슈바 검사가 대표적이다. 훌 검사는 과거 헤즈볼라와 연계된 마약 밀매 사건과 케냐 범죄 조직 소탕 등 고난도 국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풍부하다.
검찰은 마두로 사건을 단순한 마약 범죄가 아닌 ‘나르코 테러리즘(국가 차원 마약 조직범죄)’으로 규정했다. 마두로가 무장단체와 결탁해 미국 시민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했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피고 개인 차원 범죄를 넘어, 미국 사법권이 해외 국가 지도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 측은 현재 이 사건을 “미국 안보를 위협한 조직범죄”라고 명했다. 과거 기소 기록과 협조자 진술 등 방대한 증거를 통한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1억 달러(약 1450억 원) 규모 자금 세탁 혐의 등 경제 범죄 사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번 재판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무죄 판단에 앞서 관할권 다툼과 면책 특권 논쟁이 수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심도가 높은 사건임에도 다음 공판 기일까지 간격이 수개월 이상 벌어지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법조계가 주목하는 첫 번째 쟁점은 마두로를 미국으로 데려온 방식이 적법한지 여부다. 마두로 측은 ‘군사적 납치’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 법원은 과거 해외 범죄자들이 체포 과정에서 불법 연행을 주장해도 기소를 무효화하지 않은 판례가 많다. 양 측이 증거 배제나 추가 심리 요구를 거듭 요구할 경우, 재판 일정은 대폭 늘어질 수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쟁점은 국가원수 면책 적용 여부다. 마두로 재판은 단순한 개인 처벌을 넘어 미국이 타국 수반에게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정하는 가늠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 결과가 향후 국제 관계와 외교적 면책 특권 해석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면책 적용 여부을 위해선 미국이 체포 이전 마두로를 베네수엘라 정통 국가원수로 인정해왔는지가 핵심 변수다. 이는 법리 문제이면서 동시에 외교·정치적 판단과 맞물려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면책 인정 여부는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는 현재 구금 상태를 유지하며 다음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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