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쓰이는지 못믿겠다”…꺼져가는 ‘기부 문화’ 불씨

이휘빈 기자 2026. 1. 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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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보다 어떻게 썼는지 알고 싶어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기부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한국 기부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기부 감소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화·투명성 요구도 높아=전문가들은 기부 단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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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레인, 2025 기부 경험 인식조사 결과
“의향 있다” 61.5%…전년보다 4.8%P 감소
“기부단체 신뢰 못해” 30.1%…6.5%P나 ↑
자금흐름 투명화∙기부방식 디지털화 필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묻지마 기부’ 대신 단체의 건전성을 따지는 ‘스마트 기부’가 새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 제미나이

“좋은 마음보다 어떻게 썼는지 알고 싶어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기부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한국 기부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감성에 의존하던 ‘묻지마 기부’ 대신, 단체의 건전성을 깐깐하게 따지는 ‘스마트 기부’가 새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부 감소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난보다 무서운 ‘신뢰의 위기’=지난해 12월30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기부 경험과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1.5%에 그쳤다. 전년(66.3%) 대비 4.8%포인트 줄었다.

주목할 점은 기부를 꺼리는 진짜 이유다. “최근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62.0%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상수(변하지 않는 수)에 가깝다.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 기부를 주저한다”는 응답이 30.1%로, 2024년 23.6%에 비해 6.5%포인트나 늘었다.

“기부 단체가 모금을 위해 기부자를 속이기도 한다”는 응답도 56.3%에 달했다. 반면 “단체가 윤리적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사람은 33.1%에 불과했다. 잇따른 횡령 사건과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으로 잠재적 기부자 10명 중 6명은 단체를 의심하는 셈이다.

◆“감성팔이 대신 영수증 보여주세요”=과거에는 어려운 이웃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며 지갑을 열었다면, 요즘 기부자들은 ‘내 돈의 행방’을 요구한다. 기부가 단순히 ‘나누는 행위’가 아니라, 효용과 투명성을 따져야 할 ‘가치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응답자의 85.4%는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78.4%는 “내가 낸 돈의 사용처를 알 권리가 있다”고 딥했다.

대형 단체의 유명세만 믿고 자동이체를 신청하던 관행도 깨졌다. 응답자의 71.4%는 “스스로 투명하다고 판단되는 기관을 직접 선택해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검증한 곳에만 후원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화·투명성 요구도 높아=전문가들은 기부 단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도와달라”고 외치는 것보다, 기업처럼 경영 투명성을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65.9%는 “트렌드에 맞게 기부 방식도 디지털화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부금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나, 기부자가 후원 대상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앱 서비스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엠브레인은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은 한계에 달했다”며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이터 증명’ 능력이 향후 기부 단체의 생존을 가를 것”이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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