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네수에 3대 요구사항 전달…적국 석유 판매 중단 포함”[미 베네수 공격]

김희진 기자 2026. 1. 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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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과도 정부를 이끄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에게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마약 유통 단속, 이란·쿠바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나 단체의 요원 추방, 미 적대국에 대한 석유 판매 중단 등 최소 세 가지 조치를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미 정부는 로드리게스가 결국엔 자유선거를 거쳐 권력에서 물러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요구 사항의 시한은 유동적이며, 선거가 당장 임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미 당국자들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드리게스 대행을 향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마두로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헤즈볼라 등 전 세계 적대 세력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베네수엘라가 우리 서반구에 존재하지 않도록, 마약 조직과 운반선을 미국으로 보내는 마약 밀매 천국이 되지 않도록 조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비춰보면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실제 전달된 요구 사항은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강도 높은 내용이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군사력을 지렛대 삼아 기존 마두로 정부를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대리 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는데, 이번 요구사항은 이같은 구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정부가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그를 처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으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의 협력을 끌어낼 계획이다. 여기에는 군사적 압박 외에도 제재 완화, 카타르 등에 있는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의 금융 자산 접근 권한 등이 가능한 수단에 포함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 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과도 정부를 이끌 적임자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을 지목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보고서가 역할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IA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보다는 마두로 정권에 충성하는 군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단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 측근들이 여전히 베네수엘라 군부의 내부 권력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정부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마두로 정권의 2인자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법무·평화부장관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세프 국방장관 등은 미국과 타협에 소극적일 인물로 분류된다. 이들은 CIA 보고서에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함께 과도 통치를 맡길 후보로도 검토됐으나, 미 정부로부터 형사 기소된 상태여서 협력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중남미 분석가 라이언 버그는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해 분노를 표하는 동시에, 미국의 요구에 열려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미묘한 균형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7년 동안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인식해온 베네수엘라 정권이 이를 받아들이긴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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