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잘 웃어서 ‘웃음 동자’ 별명… 병중에도 교황 함께 만났던 아우”[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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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절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늘 웃는 얼굴로 만나 밥 한 끼, 와인 한 잔에 정담을 나누었지요.
우리는 방송국이나 성당에서 만나면 인생의 선후배요, 사석에서 만나면 형님 아우요, 술자리에서 만나면 동무였지요.
그때 아우가 명배우라는 걸 실감한 얘기를 제 수필집에 이렇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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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절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늘 웃는 얼굴로 만나 밥 한 끼, 와인 한 잔에 정담을 나누었지요. 우리는 방송국이나 성당에서 만나면 인생의 선후배요, 사석에서 만나면 형님 아우요, 술자리에서 만나면 동무였지요. 2023년 가을에 그가 몸 가누기 힘든데도 우리는 함께 로마 교황청으로 가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강복을 받았지요. 많이 힘들어할 때면 내가 아우의 손을 잡고 이동했는데, 그럴 때마다 “형, 고마워요”라고 하던 그 목소리와 미소가 잊혀지지 않네요. 안성기 배우의 마지막 출연작은 김대건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신 걸 축하하는 ‘탄생’이란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에서 역관 유진길 역으로 불과 서너 장면 등장하는 단역을 흔쾌히 맡았습니다.
2022년 교황청에서 ‘탄생’ 시사회를 할 때 그는 병마와 싸우느라 가지 못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이 거의 끝날 무렵, 같이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를 한 잔 권했더니 “형하고 술잔 나눈 지 한참 되었으니 딱 반 잔만 하지요”라며 입에 대었지요.
2023년 9월 우리는 로마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탄생’의 제작자 남상원 회장이 교황님의 강복을 받고 병마를 이겨내라며 비행기 표를 쥐여주었지요. 일부러 내 옆자리에 앉도록 권해서 추억담을 나누었습니다. 최인호 형을 세례받게 할 때 아우와 김형영 시인과 함께 인호 형을 세례받도록 부추기던 얘기로 폭소를 터뜨렸고요.
베드로 대성당의 벽감에 설치된 김대건 성인 성상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환자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밝고 건강한 모습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교황청에서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각별히 챙겨주셨죠. 그때 아우가 명배우라는 걸 실감한 얘기를 제 수필집에 이렇게 썼습니다. ‘안 선생이 투병 생활로 몸과 마음이 힘든 때였는데, 선생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언제 아팠냐 싶게 밝은 웃음으로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가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한 것은 병마로 인해 평소에는 아픈 모습이지만 본인이 의식하고 찍은 사진에서는 그야말로 해맑은 표정이 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김종학 감독이 제 소설 ‘인간 시장’의 주인공 장총찬 역을 아우에게 맡기려 하자 손사래를 쳤다고 합니다. 외가가 있는 강릉 여행을 하며 왜 그런 말을 했냐고 아우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싸움질이나 두들겨 패는 재주가 없잖아요”라고 해서 와르르 웃었지요.
빈소에서 제수씨가 영정사진을 가리키며 저 사진이야말로 배우 안성기의 인생사가 함축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아우는 품격 있고 따뜻하고 지혜로우며 명연기로 세상을 기쁘게 했습니다. 예수님의 성상이나 붓다의 미소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오묘함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하도 잘 웃어서 ‘웃음 동자’라고 부르며 평생 아플 일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그리 허망하게 하늘에 올라 큰 별이 되었습니다. 내 추억을 한 아름 안고 하늘에 곱게 올랐으니 삼가 향촉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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