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장 "당장 물러나겠다는 뜻 확고…머리 숙여 사과"

윤유경 기자 2026. 1. 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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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사장 "사임 뜻 밝혔으나 법적 난점으로 유보"
"차기 대표이사 결정되는 대로 즉시 사장직 사퇴할 것"
영상센터·뉴스영상팀 성명도 "제목 세탁, 신뢰 무너뜨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현대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최우성 한겨레 사장(대표이사)이 “당장이라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남의 음주운전 기사 수정 사태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최 사장은 차기 대표이사가 결정되는 대로 직에서 사퇴하고 등기이사로서 주주총회 소집 역할까지만 맡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지난 5일 저녁 전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최근 불거진 기사 수정 사태 관련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과 김수헌 디지털부국장은 보직 사퇴했고, 등기이사인 김영희 편집인 겸 미디어본부장과 안재승 광고·사업본부장도 보직 사퇴와 등기이사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인 저 역시 사임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오전 임원회의에서 그 뜻을 밝혔다”며 “향후 주총까지의 회사 일정과 관련해 법적으로 난점이 있어 임원들의 만류로 일단 부득이하게 잠시 유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월 중 예정된 이사회 소집, 주주총회 개최는 대표이사 혹은 대표이사 권한대행이 담당해야 하는데, 대표이사 사임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사내 등기이사(김영희, 안재승)가 모두 사임 의사를 밝혀 최 사장 사임시 향후 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이러한 법적 쟁점 검토와 논의를 거치느라 공지가 늦어졌다며 “조만간 치러질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선거에서 당선자가 결정되는 대로 즉시 사장직을 사퇴하고 등기이사로서 주총 소집의 역할까지만 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은 기간 동안은 구성원들의 요구 사항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사장은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에게 유사 사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며 조사방식과 기간, 주체 등은 저널리즘책무실에서 노조와 협의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도 함께 맡겼다며 “늦었다. 죄송하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는 회사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감사 일정과 진행상황을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설명한 뒤 감사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 2021년 10월5일치 한겨레 온라인 기사 원제목(위)과 올해 9월 말 변경한 제목. 한겨레는 지난달 28일 해당 제목을 원상 복구했다. 사진=한겨레 보도 갈무리

앞서 한겨레는 2021년 7월 정 회장 장남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고 교통사고를 낸 사건의 검찰 송치와 벌금형 선고를 다룬 기사 두 건의 제목에서 '정의선' 이름을 빼고 '장남'을 '자녀'로 지난해 9월 말 변경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기사는 같은 날 원상 복구했다. 한겨레는 이 과정이 편집국장 결정으로 이뤄졌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과 데스크와의 협의는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의 해명 요청에 김 편집인이 안 본부장, 이 국장의 설명을 취합해 작성한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임원이 안 본부장에게 기사 수정을 요청했다. 안 본부장은 김 편집인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했고 광고비 삭감 상황을 설명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제목이 수정될 수 있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과 이 국장은 수정을 의논했고 이 국장이 최종 결정, 김 부국장에게 전달해 이행하도록 했다. 한겨레 노조는 연달아 성명을 내고 사측에 한겨레 구성원, 독자, 후원자,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수정된 기사를 썼던 당사자 기자들을 포함해 기수별, 부서별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해 26기, 27기, 28기, 29기, 산업팀, 한겨레21을 주축으로 한 기자들 등이 성명을 내고 책임자 전원 사퇴, 유사 사례 전수 조사,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지난 5일 저녁 한겨레 영상센터 구성원 8명도 성명을 내고 책임자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경영 행위에 참여하기 시작한 사주 일가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해 기사의 가치를 훼손한 편집권 침해이자, 한겨레 스스로 광고와 저널리즘 사이의 방파제를 허문 행위”라고 비판한 뒤 “한겨레라는 이름이 더 이상 '광고주 눈치 보는 언론'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뉴스영상팀 구성원 5명도 같은 날 성명을 내 책임자 전원 사퇴와 징계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튜브 언론'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겨레가 오랜 시간 지켜 온 저널리즘의 원칙 위에서 일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 '제목 세탁' 사태와 책임자들의 대응은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렸다. 수익 없이는 한겨레가 존재할 수 없다는 책임자들의 인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적 신뢰 없이는 한겨레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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