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안성시 음식물류 폐기물 지도 바꾼 늦깎이 새내기 공무원 최수민 주무관
지난 2일 오후 4시께 안성시청 제1별관 2층 자원순환과 사무실.
잠시 두리번거리다 '최수민'(38·환경 9급)이라는 직원 명패가 놓인 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았다. 미리 인터뷰 약속을 한 터라 곁눈질 정도는 할 법도 한데, 그는 옆자리에 앉은 직원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헛기침이라도 해 볼까 생각했지만, 차마 업무 삼매경에 빠진 그를 방해할 용기가 나질 않아 두세 발치 떨어져 '때'를 기다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최 주무관 옆자리 직원이 낯선 이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어떻게 오셨냐"며 '민원인'을 맞이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최 주무관은 2인 1조로 점검하는 민원 현장과 내용을 파악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하던 중이었다.

꼭 주부가 아니더라도 날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만성 고민거리가 있다. "메추리알 껍질이나 대파 뿌리는 일반 폐기물일까, 음식물류 폐기물일까?", "복숭아·살구·자두 같은 핵과류 씨는 일반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버려도 무방할까?"
누구나 마주했을 사소하면서도 난해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 일등공신이 바로 '2025년 하반기 안성시 적극행정 으뜸 공무원'으로 선정된 최 주무관이다.
그는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모호하기 짝이 없던 음식물류 폐기물 분류 체계를 시민들이 알기 쉽게 전면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주무관은 현재 폐기물지도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 작업에 몰두할 당시에는 자원재활용팀에서 근무했다.
개선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소박했다. 시시때때로 제기하는 민원을 받으면서 더 이상 '현장의 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다. 담당 팀장도 의기투합해 힘을 실었다.
당초 분류 기준은 복잡하고 모호해 시민들이 본의 아니게 배출 규정을 어기기 일쑤였고, 이는 수거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민원 발생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께부터 시작한 개선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오랜 관행을 깨는 일이었기에 유관 부서 간 조율과 새로운 기준에 대한 검증은 필수였다.
최 주무관은 환경부 정책 방향을 일일이 확인하며 음식물류 폐기물로 처리 가능한 품목을 하나씩 늘려갔다. 위탁처리시설인 '평택에코센터'와 관내 처리시설에도 자문을 구했다. 처리 용량이나 기술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반 쓰레기' 취급을 받던 갑각류 껍데기, 알 껍질, 핵과류 씨, 견과류 껍질, 통무·통배추, 대파 뿌리, 마늘대 등속이 자원화가 가능한 '음식물류'로 '승격'(?)하는 변화를 맞았다.
최 주무관은 곧바로 입법예고와 의견 수렴을 거쳐 관련 조례(안성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억제, 수집·운반·재활용에 관한 조례) 개정에 착수했다.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여정은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 25일 개정 조례안을 시행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시민들이 바뀐 기준을 실천하도록 안내문을 배포하고 교육하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통장들을 중심으로 배출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개정 조례안을 시행한 뒤 3개월(2025년 8~10월) 동안 음식물류 폐기물 양은 전년도(2024년) 같은 기간 대비 1.3%가량 늘었다. 이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던 품목을 자원화(바이오가스) 가능한 영역으로 편입함으로써 재활용률을 높였다는 지표다.
최 주무관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공공의 가치를 드높인 공무원'이라는 월계관을 썼다.
시민 설문조사와 실무심사, 규제개혁위원회와 적극행정위원회 심의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한 결과여서 의미가 더 깊다.
최 주무관은 2024년 9월 임용된 늦깎이 새내기 공무원이다. 짧은 경력에도 타 지자체 본보기가 될 만한 안성시만의 독자 모델을 구축했다는 얘기다.
"마냥 행복했어요.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크지만, 무엇보다 공익에 이바지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한껏 높아졌습니다."
우승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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