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데려간 혈액암…“감기인줄 알았는데” 방치하다간 치료놓쳐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1. 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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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겨드랑이 멍울·발열지속땐 의심
조기진단이 환자생존율 가르는 변수
[매경DB]
국민배우 안성기 씨가 혈액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오랜 시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온 그의 죽음은 추모의 물결과 함께 그가 앓았던 혈액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혈액암은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을 포함하는 질환으로 국내 전체 암 발생률 10위를 차지한다. 초기 증상이 단순 피로나 감기 몸살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대표적 암이다. 안성기 배우가 투병했던 림프종은 백혈병 다발골수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불린다.

김대식 고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혈액암은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 어렵다”며 “의심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조직 세포가 악성으로 변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림프조직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뿐 아니라 복강 등 전신에 분포해 있어 림프종은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특정 암세포인 리드슈테른베르크 세포가 관찰되는 것)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뉜다. 국내 환자의 90% 이상은 비호지킨 림프종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유병률은 비호지킨 림프종 35.1명, 호지킨 림프종 2.6명이다. 특히 비호지킨 림프종은 고령일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흔한 증상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만져지는 멍울이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이나 불편감이 거의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병이 진행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식은땀, 이유없는 체중 감소와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침범 부위에 따라 소화기 증상이나 호흡기 증상 등도 동반된다.

문제는 이런 증상만으로 림프종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림프절 비대는 감염이나 염증으로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림프종 역시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림프절이 커진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거나 이유없는 발열과 체중 감소가 이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자가 판단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림프종의 세부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면역화학요법이 표준 치료로 시행된다. 이는 기존 항암치료에 암세포의 특정 표적을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B세포 림프종에는 ‘CD20 단백질(B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으로 림프종 암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것)’을 표적으로 하는 리툭시맙이 널리 사용된다. 최근에는 이중접합항체 등 새로운 치료제도 도입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수술이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악성 림프종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용량 항암치료로 암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환자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한 ‘CAR-T 세포치료제(환자 자신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것)’도 적용되며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치료 발전으로 림프종의 치료 성적과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감염이다. 질환 자체와 항암치료로 인해 환자는 장기간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 놓인다. 이로 인해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예방적 항생제나 백혈구 촉진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패혈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치료 기간에는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며 의료진도 다양한 감염 예방 전략을 시행한다.

흔히 나이가 들어 생긴 림프종은 진행이 느려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다. 일부 림프종에서 경과 관찰이 가능한 경우는 있으나 모든 림프종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치료를 임의로 미루면 병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치료 중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임의로 섭취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항암제와 상호작용해 부작용을 키울 수 있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림프종은 바이러스 감염 면역 결핍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명확한 원인이나 확실한 예방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에서 멍울이 만져지거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발열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나 장 점막을 침범하는 림프종도 있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림프종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의심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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