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까지 방치해도 한국서는 못 막는 '동물 사육'… 해외였다면?

2026. 1.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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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서울 모처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초롱이'의 모습. 목줄에 묶인 채로 들개들의 공격으로 전신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초롱이 소유자는 이를 방치하고 치료하지 않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2018년 영국 고등행정법원은 자신이 기르던 개 여섯 마리를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소유자에게 7년간 동물 사육금지 명령을 내렸다. 영국 동물복지법은 동물 책임자가 동물에게 적합한 환경, 먹이, 정상적인 행동, 통증·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의 보호 등 동물복지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해 수의학적 치료와 벼룩 감염에 대한 대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개 여섯 마리에 대해서는 몰수 명령을 내렸다. 소유자는 처벌이 과도하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명령이 처벌적 성격이 아닌 동물에 대한 보호 조치이고, 금지 기간은 법원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영국의 판례를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숱한 동물들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백구 '초롱이'다. 초롱이는 서울의 한 비닐하우스 촌에서 실외에 묶여 살았다. 초롱이는 어느 날 다른 개들에게 온몸을 물려 전신에 교상을 입었지만, 초롱이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며칠이나 방치했다. 뒤늦게 동네 주민들이 동물병원으로 옮겼지만 초롱이는 치료 도중 죽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①동물보호법 상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 ·관리·보호 의무'를 정하고 있지만 초롱이는 '반려견'이 아닌 '경비견'으로 보이고, ②소유자가 의도적으로 학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학대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답한 뒤 사건을 덮었다. 초롱이 주인은 그때도 다른 개를 기르고 있었고, 아마 지금도 기르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서울 모처에서 발견한 개 '초롱이'. 초롱이는 짧은 목줄에 묶인 채 들개들에게 물려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소유주가 방치하면서 끝내 목숨을 잃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범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라 해도 동물 사육을 제한하지 않는다. 심지어 학대당한 동물도 임시 격리조치 과정에서 소유자가 보호 비용을 부담하면 학대 혐의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고층 아파트에서 기르던 반려견을 집어던졌는데, 학대자가 기르던 다른 한 마리는 학대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격리가 불가능했던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대 현장에서 동물단체 활동가나 공무원이 학대자에게 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해달라며 도리어 읍소를 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9일 독일,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호주, 미국 등 7개국의 동물학대자 동물 사육금지제도와 관련한 규정을 조사한 '동물학대 재발 방지에 대한 외국 입법례 및 정책 과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외국은 동물학대 사건의 발생 시점부터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피학대 동물과 학대자가 기르는 다른 동물에 대한 압수, 몰수, 다른 기관으로의 인도까지 보호 절차를 촘촘히 마련하고 있었다. 또한 동물학대자의 사육뿐 아니라 관련 영업에 종사하거나, 같은 장소에 살거나, 심지어 무급으로 하는 자원봉사까지 금지해 동물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는 '동물 사육금지명령' 제도를 갖추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반드시 동물을 죽이거나 신체적 상해를 입혀야만 동물학대로 보고 사육금지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중범죄로 규정하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서만 금지명령을 병과하는 주는 4개 주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동물 사육·관리 의무 위반 등 경범죄에 대해서도 사육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모든 조사 대상 국가는 한발 더 나아가 동물학대자의 동물 사육을 영구히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에 있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고문, 폭행, 살해 등 중대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서는 동물의 소유, 구입, 직접적인 접촉과 동물을 관리하는 일에 종사하는 행위를 영구히 금지하고, 그 외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기간을 정해 금지한다. 독일 동물복지법은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법원은 동물의 관리, 보호, 거래, 직업적 취급을 1년에서 5년까지 금지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중대한 동물학대범죄를 범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무기한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사육금지명령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동물이 고통받고 있을 경우 지방정부 등 행정기관에서 동물의 복지를 고려해 피학대동물 및 학대자가 기르는 다른 동물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동물이 즉각적인 조치 없이 고통, 상해, 손상, 또는 심각한 공포를 겪을 것이 예상되는 상태이고, 동물의 소유자가 이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경우 행정기관이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압수해야 한다.('압수할 수 있다'가 아니다)

압수된 동물은 압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적절한 사육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환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몰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동물학대 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임시 사육금지명령'을 내리는 국가도 있다. 독일은 금지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유력한 근거가 있는 경우, 판사의 결정으로 모든 종류의 동물 또는 특정 동물의 관리, 보호, 거래 또는 그 밖의 직업적 취급을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호주 수도 준주는 동물학대사건 소송 절차 시작 전에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일시적 금지명령', 소송 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내리는 '임시 명령', 유죄판결을 내린 시점에 내리는 '일반 금지명령'과 '영구 금지명령'으로 세분화해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학대 동물에 대한 몰수 근거를 마련하고, 법원이 사육금지명령을 최종적으로 선고하기 전까지 학대행위자의 모든 동물의 사육을 임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사육금지명령 기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위반 시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등 총 12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제한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만 해도 20건에 달한다.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도 동물사육금지처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법무부의 반대로 통과가 불발됐다. 다만, 29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학대 사전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법의 제정 목적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제도 도입은 입법 정책적으로 국회가 결정해야 할 일이며 법무부도 동물복지 측면에 더 주안점을 두고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학대자의 손에 동물을 되돌려주고, 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장치는 하나도 없는 법을 '동물을 보호하는 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반영된 만큼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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