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흔들리면 인플레 위험”…독불장군식 돈풀기에 경고

윤원섭 기자(yws@mk.co.kr),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홍성용 기자(hsygd@mk.co.kr),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6. 1.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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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정적자 전례없는 수준
GDP 대비 6% → 3% 줄여야”
前연은총재“금리인하 신중히”
애쓰모글루 “AI發 반짝 성장
美경제성장 지속가능성 낮아”
‘금리인하 압박’ 트럼프 성토장 된 전미경제학회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방준비제도(Fed)의 미래’ 세션에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MIT 교수, 아닐 카샵 시카고대 교수(오른쪽부터)가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다. [특별취재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경제외교 정책이 지속될 경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미국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마저 타격을 받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의 이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에 적정 수준보다 훨씬 낮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며 “통화 정책이 재정 정책에 종속되는 이른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을 모두 지낸 옐런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정책 집행으로 자칫 시장을 지탱하는 통화 정책의 신뢰성이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옐런 전 의장은 “재정 우위는 매우 위험하다”며 “연준은 결코 재정당국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심성 예산으로 과도한 재정 적자를 짊어진 트럼프 정부가 이에 대한 뒤처리를 금리 인하라는 통화 정책으로 해소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 옐런 전 의장은 “전쟁이나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옐런 전 의장은 “재정 우위로 연준이 금리 인상, 자산 축소를 하지 못하면 불안정한 인플레이션이나 정치적으로 좌우되는 경기 사이클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대 인플레이션은 고삐가 풀릴 수 있다”며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정착되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훨씬 큰 비용이 든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우위에 따른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데도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막무가내라는 점이다.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은 물론 관세 수입을 나눠준다며 전 국민 2000달러 지원금까지 지급할 태세다.

옐런 전 의장은 “올해 GDP의 100% 수준인 부채는 향후 30년 내에 15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며 “순이자비용도 GDP의 3.2%에서 5.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재정 난맥상으로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하기도 했다.

재정 전망을 바꿀 변수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다. 다만 옐런 전 의장은 “부채 비율을 개선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30년간이나 지속돼야 한다”며 현실성에 선을 그었다.

옐런 전 의장은 미국이 적자와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과감한 재정 개혁과 현재 6%인 GDP 대비 재정 적자를 3%로 줄이는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옐런 전 의장은 “재정 적자 감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 달러 가치가 압박을 받는 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트럼프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연준은 금리를 현재보다 더 낮추는 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스터 전 총재는 2024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해왔던 인물로 ‘매파적’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면서도 “연준이 긴축적 정책을 유지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로 균형 정책금리가 상승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프리덤하우스 등 민주주의 연구기관 지표를 보면 미국 민주주의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며 “민주주의 발전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최근 반짝한 미국 GDP 성장률은 AI 투자 열풍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며 “민주주의 훼손이 국내 정책뿐 아니라 대외 정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4.3%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3.2%를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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