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질서 격변 속 ‘中 편에 서라’ 요구한 시진핑

조선일보 2026. 1. 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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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국권이 피탈됐던 시기에 국권 회복을 위해 손잡고 함께 싸웠던 관계”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도 “양국은 민족적 희생을 치르고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얻었다”며 “손잡고 2차 대전 승리 성과를 수호하자”고 했다.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일이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중국 편에 서라는 뜻이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더 혼란해졌다”며 “양국은 세계 평화에 긍정적 에너지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동북아 안정을 넘어 ‘세계 평화’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이날 아일랜드 총리를 만나서도 “오늘날 세계는 일방적이고 패권적 행태가 국제 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가 군사 작전으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다자주의’ 강조도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열렸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관세 전쟁뿐 아니라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장악력을 강조했는데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반미, 친중 국가로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의 8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해 세입의 90% 이상을 충당한다. 마두로 축출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에 이로울 게 없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중국이 남북 대화를 중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안보실장은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군사 작전 직후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쐈다. 4일엔 극초음속 미사일도 발사했는데 김정은은 “핵 고도화가 왜 필요한가는 최근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주고 있다”고 했다. 마두로 체포가 김정은에겐 충격이자 공포일 것이다. 핵을 더 끌어안으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국방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슬그머니 지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썼다.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강대국이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일본도 방문한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우리 외교·안보의 기본인데 시진핑은 ‘중국 편에 서라’고 한다. 균형과 냉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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