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떠안는 수출 중개업체 ‘K 중고차’ 동력 잃는다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계좌동결
두 달 넘게 대금 묶여 영업 불가
자금 이동 과정 혐의 포착시 조치
“환전 경로 알 방법이 없어 황당”
“해외 바이어 직결 구조적 문제”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일대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계좌 동결로 혼란(1월5일자 11면 보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바이어와 직접 거래한 중고차 수출 중개업체들은 수억원의 자금이 두 달 넘게 묶이며 정상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매매업체와 달리 해외 거래의 1차 단계로 분류되면서 계좌 동결이 장기화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른바 ‘K-중고차’ 선호로 해외 중고차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행 계좌 동결·해제 기준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해외 바이어의 환전·자금 흐름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서 해당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던 경남 소재 중고차 수출 A중개업체의 계좌가 먼저 동결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A중개업체와 거래 이력이 있던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일대 중고차 매매업체들까지 거래 연관성을 이유로 계좌가 잇따라 정지되며 피해가 확산한 것이다.
A중개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 차량 대금을 받아 이미 매입과 선적까지 모두 마친 뒤였는데, 사전 통보도 없이 계좌가 갑자기 동결됐다”며 “해외 바이어의 자금이 어떤 환전 경로를 거쳐 들어왔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방법이 없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달 넘게 계좌가 묶이면서 추가 매입은 물론 직원 급여 지급도 할 수 없다. 이미 체결된 계약과 책임 때문에 폐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계약서와 인보이스, 선적 서류 등을 모두 제출했지만 언제 계좌가 풀릴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해당 업체의 경우 8억원에 달하는 영업자금의 입출금이 제한된 상태다.
계좌 동결은 현재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등을 악용한 자금세탁과 초국경 금융범죄를 막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조치로 해외 거래 과정에서 범죄 연루 가능성이 포착될 경우 자금이 추가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좌를 먼저 정지시키는 것이다.
위험 부담은 중고차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흐름과 맞물리며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수출액은 2019년 18억 달러 수준에서 2023년 47억 달러(6조원대)로,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개 단계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수출 현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고차 수출처럼 해외 바이어와 직접 연결되는 거래는 구조적으로 위험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험 국가와의 거래에서는 업체가 예상하지 못한 금융 리스크가 사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피해 업체가 늘어나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런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결국 거래 위축이나 수출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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