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만 샀던 70대 큰손도 ETF '환승'…하루 거래액 9조 넘었다
(1) ETF가 바꿔놓은 재테크 트렌드
바야흐로 ETF 전성시대
金·원자재·채권도 손쉽게 투자
개인들 작년 35조 넘게 사들여
연금 포함땐 매수 규모 더 클듯

“양자컴퓨터, 원자력 테마가 유망하다고 하네요. 여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제 자금을 넣어주세요.”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내내 ‘큰손’들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은행 WM센터를 이용하는 보수적이고 비교적 고령인 자산가들조차 PB에게 특정 ETF 매수를 수시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 PB는 “연금 계좌에 퇴직금 수십억원이 쌓여 있는 전직 대기업 임원들도 절세를 위해 ETF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 폭발하는 개인 ETF 거래
ETF 투자 전성시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조4917억원으로, 전년(3조4809억원)보다 2조원 이상(57.8%)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9조8765억원까지 치솟았다. ETF 투자 열기가 올해 더 뜨거워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ETF 상품만 35조21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200’(1조3382억원)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조3028억원) ‘TIGER 200’(5894억원) 등 시장 대표지수 ETF가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작년에만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다. 기관 매수로 집계되는 연금계좌를 포함하면 개인의 ETF 매수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는 코스피200 추종 ETF에만 투자해도 마음 편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ETF 덕분에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가 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는 주식뿐 아니라 금, 은,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금값이 급등한 지난해 개인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1조20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에 가입하거나 골드바 실물을 매수하던 과거 금 투자 관행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ACE KRX금현물 ETF만 해도 총보수율이 연 0.19%에 불과하다. 골드뱅킹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ETF 순자산이 최근 1년간 3조1317억원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ETF는 과거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던 원유와 희토류, 채권 등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KODEX WTI 원유선물(H)’ 등 다양한 원자재 상품이 상장돼 있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반포WM투자센터 팀장은 “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정기예금 자금도 금리가 조금 더 높고 환금성이 좋은 파킹형·회사채 ETF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개인 투자 수요가 ETF로 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 공모펀드 불신한 투자자 유입
공모펀드 불신으로 투자에 거리를 두던 개인들까지 ETF로 집중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5~2006년엔 ‘펀드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민적인 펀드 열풍이 일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투자를 중심으로 한 펀드가 쏟아지며 시중 자금을 쓸어담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 2%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와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알기 어려운 ‘깜깜이 구조’, 투자금을 찾기까지 1~2주씩 걸리는 낮은 환금성 등 공모펀드의 단점이 한꺼번에 부각됐다”며 “적지 않은 개인에게 투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ETF는 이런 공모펀드의 약점을 극복하면서 핵심 투자 수단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다. 자신이 투자한 ETF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운용사 간 경쟁으로 수수료는 연 0.0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운용사 ETF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매수·매도할 수 있고 현금 인출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ETF가 갈수록 인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양지윤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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