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냉장고에 물으니 … 보관 식재료로 레시피 추천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6. 1. 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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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더 퍼스트룩'서 AI 비전 공개
노태문 "AI는 일상 동반자"
가전 제품 전반에 AI 탑재
TV가 이용자 질문 답해 주고
시계는 걷는 속도·움직임 분석
질병신호 포착, 의사상담 연결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더 퍼스트룩'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인공지능(AI)은 복잡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합니다(Never complicated. Always natural)."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Wynn) 호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의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의 소음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별도 공간에 전시장을 꾸린 이곳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 AI가 나아갈 방향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전 세계 1800여 명의 미디어와 파트너 앞에서 공개한 비전은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다.

삼성전자는 거실에서의 AI에는 '편안함'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구현하는 것이 2026년형 TV에 탑재된 '비전 AI 컴패니언'이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질문이나 상황의 맥락을 이해한다. 사용자가 무언가를 지시했을 때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에 구글과 공동 개발한 '이클립사 오디오'가 적용돼, 영상 속 공간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까지 준다.

무대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했다. 마이크로 RGB TV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발광다이오드(LED)가 빛을 내며 화질을 구현하는 TV다. 삼성은 이를 통해 소비자가 집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청각 경험의 정점을 보여주며, TV가 일상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도구임을 보여줬다.

주방과 집안일 영역에서 AI는 '해방'을 위한 도구로 소개됐다. 김철기 DX부문 생활가전(DA)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100년간 가전의 숙원이었던 '집안일로부터의 해방'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변화는 냉장고다.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에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가 탑재됐다. 그 덕분에 냉장고는 안에 있는 식재료를 더 정확하게 인식한다. 사용자가 "오늘 뭐 먹지?"라고 물으면 보관된 재료를 기반으로 요리법을 추천하고, 요리 영상을 보여주면 이를 텍스트 요리법으로 변환해주기도 한다. 로봇청소기인 '비스포크 AI 스팀'은 사물뿐만 아니라 투명한 액체까지 인식한다. 바닥에 물이 엎질러져 있으면 이를 감지해 피하거나 닦아내는 식이다.

삼성은 AI 비전을 건강 관리, 즉 '케어(Care)' 영역으로까지 확장했다. 단순히 운동량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질병을 예방하고 가족을 돌보는 수준이다. 삼성 헬스는 갤럭시 워치와 링 등을 통해 수면, 영양, 신체활동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된 '뇌 건강' 관련 기술은 사용자의 보행 속도나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인지능력 저하 징후를 감지해낸다. 치매 같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만약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젤스(Xealth)' 플랫폼과 연동해 의사와 상담을 연결해주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의 안부를 AI 가전이 챙기고, 건강 상태를 관찰해주는 '가족 돌봄'의 역할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AI 대중화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독자 기술만 고집하지 않고 외부와 협력해 선택지를 넓히는 '개방성', 기기 자체의 AI와 클라우드 AI를 결합해 성능을 높이는 '서비스 최적화', TV든 냉장고든 똑같은 느낌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통일된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믿고 쓸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보안' 등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메인 전시장 LVCC를 벗어나 별도로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꾸린 결단은 단순한 공간 선택 변화만은 아니었다. 전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삼성전자만의 속도와 언어로 AI 비전을 설명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기술을 보여주기보다 삶의 장면을 체험하게 한 구성은 삼성 AI 전략의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스베이거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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