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금값 상승에 돌잔치도 바뀐다…대구·경북 ‘가족형·촬영형’ 확산

서의수 기자 2026. 1.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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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돌상·대관료 부담에 잔치 생략 늘고, 돌상 대여·사진만 남기는 사례 증가
1돈 돌반지 70만원대 근접하며 초대·선물 부담 커져 전통 돌잔치 문화 약화
▲ 돌잔치 자료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금값까지 오르면서, 아기 첫돌을 기념하는 돌잔치를 과거처럼 크게 치르기보다 가족 중심으로 축소하거나 '돌상·촬영만'으로 대체하는 흐름이 대구·경북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면 모임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돌반지 가격 상승이 초대 손님과 주최 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전통적인 '잔치형 돌잔치' 문화가 빠르게 약화하는 모습이다.

돌잔치는 생후 1년을 맞은 아기의 무병장수와 앞날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지인과 친척을 초대해 돌상과 돌잡이를 진행하고 답례품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돌잔치를 아예 생략하거나 가족 행사로 간소화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대구에서 가족 단위로 돌잔치를 진행할 수 있는 소규모 식당·뷔페들은 1인 식대와 최소 보증금액(보증식대) 등 비용 정보를 공개하며 예약을 받고 있다. 대구의 한 소규모 돌잔치 식당은 코스요리를 1인 5만3천~6만3천원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룸별로 최소 보증식대 금액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다. 또 다른 대구 지역 소규모 돌잔치 공간도 성인 기준 식대를 5만원으로 안내하고, 룸별 보증식대(40만~80만원)를 제시한다.

돌잔치를 '가족 식사' 성격으로 좁히더라도 식대와 대관료, 돌상, 촬영 비용 등 부대비용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행사 비용을 더 줄이려는 수요는 '돌상 대여 후 촬영' 같은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시기 대구·경북에서 직계가족만 모여 식사하고 4만~5만원 수준의 돌상을 빌려 사진만 남기는 사례가 늘었고, 돌상 대여 문의가 증가했다는 업계 전언도 이어지고 있다. 방역 요인이 약해진 이후에도 고물가 환경이 지속되면서 '돌잔치를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물려 간소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돌잔치 초대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결혼한 이모(30) 씨는 "요즘은 돌잔치 초대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며 "주변 대부분이 간단하게 가족끼리만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 손님 입장에서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는 금값 급등이 꼽힌다. 돌잔치 선물로 상징성이 컸던 돌반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금이나 소형 금 제품 등 대체 선물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돌반지 선물이 부담될 것 같다'는 응답은 87.9%에 달했고, 돌잔치 참석 시 고려할 선물로는 '현금 10만원'이 4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금 시세 흐름도 이러한 부담을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은 금 가격과 환율을 반영해 1g당 원화 기준가격을 고시하고 있는데, 고시기준일이 2026년 1월 5일인 기준가격을 '1돈=3.75g'으로 단순 환산하면(세공비·부가비용 제외, 금 자체 가치 기준) 1돈 가격은 70만원대 후반에 근접한다. 전통적으로 통용되던 1돈 돌반지를 선물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물가 압력은 돌잔치 비용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구 지역 예식(웨딩) 식대가 평균 5만5천~6만8천원 수준이고, 고급형 메뉴는 6만8천~7만원대까지 책정되는 상황에서, 식자재·인건비·대관료 등 비용 구조를 공유하는 돌잔치 역시 가격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주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9) 씨는 "아기 첫 생일이라는 의미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결혼식에 이어 돌잔치까지 챙기는 문화는 부담이 크다"며 "요즘은 각자 형편에 맞게 가족끼리 기념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