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또 만나자" 입술 부르튼 조용필, 60년지기 故안성기 먹먹한 추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빈소 현장

입술이 부르튼 채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60년지기. 가요계의 별이 영화계의 별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의 나이로 별세한 고 안성기의 빈소가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례식장에 마련 된 가운데, 고인의 60년지기 가수 조용필이 비보를 접하자마자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조문 후 취재진과 만난 조용필은 "지금 투어 중이라 입술이 다 부르트고 그런 상황인데, 갑자기 친구가 또 변을 당했다고 해서"라며 운을 뗀 후 "지난번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찾았는데, 당시에는 코로나 시기여서 들어갈 수 없어 주차장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잘 퇴원했다'고 해서 '괜찮구나. 완쾌했구나' 생각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 '용필아, 나 다 나았어'라고 했었다"면서 "다시 입원을 했다고 들어 '심각하구나' 싶었는데…. 하고 싶은 게 아직도 많을텐데, 다 하고 싶을텐데 이겨내지 못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조용필은 어린시절 인근 동네인 서울 돈암동과 정릉에 거주하며 우정을 키운 연예계 죽마고우로 잘 알려져 있다. 경동중학교 동창으로, 중학교 3학년 땐 29번, 30번으로 짝꿍을 했던 사실을 1997년 KBS '빅쇼' 출연 당시 조용필이 공개하기도 했다.
빈소에서도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린 조용필은 "어렸을 때부터 참 좋은 친구였다. 성격도 좋고, 같은 반 짝꿍이었고, 집도 가까워 같이 걸어 다녔다. 학교 끝나면 항상 집에 같이 갔다. 옛날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활동 영역은 달랐지만, 영화계와 가요계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고 안성기는 2018년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한 릴레이 인터뷰 첫 주자로 나서는가 하면, 조용필은 고인의 출연작이자 한국영화 최초의 1000만 영화 '실미도'의 장면으로 정규 18집 타이틀곡 '태양의 눈'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올라가서도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건넨 조용필은 "너무 아쉬움 갖지 말고, 위에 가서라도 남은 연기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영화계에 큰 별이 하나 떨어졌다. 나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영화계 큰 별이지 않나. 이제 편안히 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성기야 또 만나자'"라고 먹먹한 인사를 남겼다.

한편 고 안성기는 지난 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순천향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 입원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별세했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았던 고인은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6개월만에 재발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몇몇 굵직한 영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가 염원한 건강한 연기 복귀는 이뤄지지 못해 슬픔을 더한다.
고인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5일장으로 결정됐으며,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 하에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 진행, 배우 이정재 정우성 등 후배 영화인들이 운구로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발인은 9일 오전,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1957년 5세 나이에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고인은 이후 '하녀' '바람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미술관 옆 동물원' '취화선' '실미도' '한반도' '라디오스타'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140여 편에 가까운 작품에 참여하며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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