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잃고 분노·불안에 휩싸인 쿠바···베네수 원유 끊기면 경제 직격탄[미 베네수 공격]
베네수 원유-쿠바 인력 맞교환
쿠바 정보·보안 인력 파견 “내부 감시”
트럼프 “쿠바 저절로 무너질 것”
미국 비판과 동시에 무능한 정권 향한 분노도
“미군이 우리 대통령도 데려가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 후 쿠바가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하자 쿠바 현지는 분노와 불안에 휩싸였다. 미군의 마두로 생포 과정에서 쿠바 군·경찰 32명이 사망해 큰 인명피해를 입은데다, 쿠바의 핵심 동맹국이자 에너지 공급원인 베네수엘라가 미국 통제하에 놓일 경우 쿠바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격으로 쿠바 장교 3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군인과 경찰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쿠바군이 수행하는 임무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쿠바 정부는 이틀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전날 회의를 소집하고 미국의 공격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천박하며 야만적인 납치”라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시온주의자가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에 견줄 만한 국가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공격으로 쿠바인이 대량 사망한 배경에는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맺고 있는 독특한 상호의존관계가 있다. 두 국가는 단순한 우방을 넘어 에너지와 인력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상호의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원유를 저가로 공급하고, 쿠바는 그 대가로 의사·간호사 등 보건 인력과 정보·치안·경호 분야에 인력을 파견해왔다. 특히 쿠바 정보·방첩 인력이 베네수엘라에서 반대파 정보 수집과 숙청을 지원하며 마두로 정권 유지를 도왔다.
쿠바 이민가정 출신으로 쿠바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온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의 정보기관이 “쿠바인들로 가득 차 있으며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팀도 마찬가지”라며 “쿠바는 안보적 관점에서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식민지화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NBC에 출연해서도 “마두로를 경호한 것은 베네수엘라 경호원이 아니라 쿠바 경호원들이었다”며 쿠바 경호원들이 마두로 정부의 내부 정보 활동을 담당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오랜 제재로 만신창이가 된 쿠바 경제는 마두로 축출로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어려워지면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는 쿠바의 노후화한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는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쿠바에선 지난 14개월간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12차례나 발생할 정도로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다. 지난해 9월에는 전체 전력망 마비로 1000만명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해상을 봉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이 어려워진 후 전력난은 더 심해졌다.
쿠바가 느끼는 분노와 불안은 미국의 쿠바 점령·침공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은 1898~1902년 스페인을 몰아낸 뒤 쿠바를 점령 통치했으며, 1906년~1909년 재점령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카스트로 축출을 노리고 쿠바를 침공하거나 카스트로 암살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두로 생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쿠바는 우리가 결국 이야기하게 될 주제”라며 미국의 다음 목표물이 쿠바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쿠바는 매우 심각하게 실패한 국가다. 우리는 쿠바 국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루비오 국무장관 또한 쿠바에 대해 “재앙과 같다. 무능하고 노쇠한 사람들이 통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 쿠바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번복하며 “쿠바가 그냥 무너질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바는 현재 수입이 없다. 쿠바의 모든 수입은 베네수엘라, 특히 석유에 의존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바 내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무능한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쿠바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마리아 카를라는 “어떤 사람들은 (미군이) 여기도 와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데려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여기에는 나라를 장악할 야당도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51338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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