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정상'이라는데 … 왜 온몸 여기저기 아플까

왕해나 기자(wang.haena@mk.co.kr) 2026. 1.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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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검진결과표의 함정
세계적 의학 학술지 BMJ서 지적
몸 내부에선 이미 변화 시작됐을 수도
혈당·콜레스테롤·혈압은 방향성 중
정상·비정상보단 3~5년간 변화 추이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서울특별시회가 '서울 다함께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서울시 거주 내·외국인 주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부스를 운영하는 모습.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연말에 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김 모씨(42)는 최근 결과표를 받아 들고 고개를 저었다. 평소 만성피로와 소화불량, 가끔 느껴지는 가슴 답답함 때문에 걱정했지만 결과표에는 '정상' '이상 없음'이라는 문구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상이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 같으니 뭔가 이름 모를 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검진 결과와 실제 체감 증상 사이에 괴리를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의 원인으로 건강검진 결과표에 적힌 '정상'이라는 표현이 가진 통계적 한계를 꼽는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는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흔히 쓰는 '정상 범위(normal range)'라는 표현보다 '참고 구간(reference interval)'이라는 개념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한다.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분류되는 수치는 일반적으로 건강하다고 간주되는 집단의 상·하위 2.5%를 제외한 95% 범위를 의미한다.

BMJ는 정상 범위에 대해 "많은 사람의 평균적인 분포 안에 있다는 뜻이지, 그 범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 환자가 반드시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정상 판정은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현재의 불편 증상이나 향후 건강 위험까지 모두 배제하는 판정은 아니라는 뜻이다.

검사 수치가 정상이어도 몸 내부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경우도 있다.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에 게재된 연구들에 따르면, 겉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고 일반적인 검사 수치가 정상인 사람들 가운데서도 '아임상(subclinical) 동맥경화'와 같은 초기 혈관 변화가 관찰될 수 있다.

이러한 아임상 단계의 변화는 당장 병으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이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아무 증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심근경색을 겪는 경우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 검진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초기 변화가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역시 질병의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신체 내부의 생리학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소개해 왔다.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수치가 해마다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면, 몸의 대사 시스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NEJM은 "예를 들어 동맥경화는 생애 초기에 시작돼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조용히 진행된다"면서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병적인 과정이 진행 중이지 않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 결과를 볼 때 올해 수치 하나만 보는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최근 3~5년간 수치를 나란히 놓고 보면, 상승하거나 악화되는 추세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과 같은 지표는 일정 기준을 넘었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건강검진 결과표를 합격·불합격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치가 정상이어도 피로, 두근거림, 소화 불편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신체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며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영양 불균형과 같은 요인은 검사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제시되는 정상 범위는 검사 항목과 대상 집단에 따라 한계가 뚜렷하다"며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수치가 해마다 나빠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의미 있게 봐야 하고, 반대로 기준을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모두 병적인 상태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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