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자진 상장폐지, 소액주주 반발…공개매수가 적정성 논란
공개매수 마감 앞두고 소액주주 반발…‘헐값 상폐’ 이슈 번져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이마트가 신세계푸드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헐값 상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공개매수가가 기업의 자산가치와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재편과 계열 분리를 위한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SK디앤디 공개매수 사례에 이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소액주주 보호와 공정가액 산정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날까지 총 22일간 신세계푸드 보통주 146만7319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4만8120원으로, 공개매수 개시 직전 거래일 종가(4만100원) 대비 약 20%의 할증률을 붙였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지분 55.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유통주식을 모두 확보한 뒤 신세계푸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액주주와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공개매수를 둘러싸고 "저가에 주식을 회수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등 비판이 제기됐다. 이마트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신세계푸드의 주당순자산가치(BPS) 8만1978원의 약 59% 수준에 불과하다. 공개매수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8~0.59배로, 공개매수가가 기업의 자산가치와 증권업계 평가에 비해 현저히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기업가치는 BPS 8만7000원으로, 소액주주 대표는 "지배주주가 주가 저평가 시점을 활용해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관행은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공개매수가를 두고 기업가치 저평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신세계푸드의 적정 주가를 5만원대 중후반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현재 공개매수가 대비 최소 4%에서 많으면 20% 이상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직전에 이뤄진 급식사업부 양도가 논란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8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단체급식사업을 한화 계열 아워홈에 매각했다. 해당 사업은 2024년 기준 매출의 약 17.9%, 자산의 약 6.9%를 차지하던 부문으로, 외부 평가기관은 할인현금흐름법(DCF)을 적용해 급식사업부 가치를 1103억~1481억원으로 산출했다. 신세계푸드는 이 범위 내에서 1200억원에 사업을 양도했다. 급식사업 매각으로 신세계푸드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고, 사업 구조를 단순화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급식사업 매각 과정에서 미래 현금흐름을 반영한 DCF 방식이 적용된 반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 산정 과정에서 이러한 본질가치 평가가 배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급식사업 매각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수익성 변화가 공개매수가에 반영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회사가 수익성이 가장 좋던 급식사업부 매각을 통해 다른 외식사업부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투자가 아닌 상장폐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대주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소액주주 희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말 기준 380명이 참여해 주식 약 15만1400주, 지분율 3.91%를 확보하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공개매수가 인상 요구와 함께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주들이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공개매수가가 직전 종가 대비 20% 높은 수준이지만, 개인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는 6만8000원~7만2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상장폐지가 다수의 장기 투자자들에게 확정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번 상장폐지가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와도 맞물려 있다고 평가한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24년 10월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과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계열의 법적 분리를 공식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푸드를 상장폐지해 이마트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것 역시 구조 정리의 일부로 해석된다"며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보다 지배구조 단순화가 우선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푸드 사례가 최근 SK디앤디 공개매수 논란과도 닮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디앤디 역시 공개매수가가 PBR 0.39배 수준에 그치며 소액주주 반발로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처럼 공개매수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지난해 국회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주식의 공정가액 산정 방식에 관한 법 개정안 7건이 발의됐다. 법안은 상장사 합병이나 주식교환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기업들은 공정가액 산정 과정에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시장 자율성과 기업의 구조조정 유연성을 과도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마트는 완전 자회사 편입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장 유지 비용과 단기 실적 변동 압박을 완화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중장기적인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측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신세계푸드의 기업가치를 해소하고 소액주주에게 시장가 대비 높은 프리미엄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복상장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공개매수 마감 이후에도 가격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푸드 사례는 국내 증시에서 반복돼 온 관행"이라며 "기업 경쟁력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주가는 장기간 정체되면서 대주주가 '경영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저가에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방식이 되풀이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가 누적되며 투자자들 사이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 시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은 장기 보유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역시 코스피를 장기 투자 시장이 아닌 '투기판'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국제 이슈나 대외 변수 발생 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반복되면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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