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가 둥둥 뜨면 기분이 좋거든요"…'필코노미'와 마리모 [인기척]
물멍과 심리적 안정감 가져다주는 '마리모' 인기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 식물'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반려식물 인구는 약 1,745만 명으로 관련 산업 규모는 2조원 대로 성장했습니다. 반려식물 인구가 늘면서 지자체들은 식물 돌봄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식물클리닉', '반려식물병원'을 개소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동그란 녹색 공 모양의 '마리모'가 독특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리모는 일본 아칸호와 북유럽의 차가운 호수에 서식하는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으로, 1년에 5~10mm 정도 자라는 수경식물입니다. 약 1cm의 마리모가 야구공 크기(22~23cm)로 성장하는 데는 무려 150년에서 2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마리모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어 초보자에게도 이상적인 반려 식물로 꼽혀 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수·수돗물 상관없이 물을 갈아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15~20도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라고 알려졌습니다.
마리모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작은 취미를 찾아 시작했다"며 "초록빛이 주는 힐링 효과가 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마리모 집사 B씨는 "보고만 있어도 조용한 위로를 주는 느낌이다. 물멍이나 소확행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작은 공의 매력이 무엇일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유리병 속에 소형 마리모와 미니 마리모를 각각 넣고 물을 채워준 후, 책상 한 쪽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야구공처럼 커지는 건 이번 생에는 보기 힘들겠지만, 수명이 100년도 더 된다고 하니 살아가는 동안에는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리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중에 실제 마리모가 아닌 '가짜 마리모'가 유통되는 경우도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자신이 3년간 애지중지 키웠던 마리모가 알고보니 '수세미'였다는 블로그 글을 올려 약 4천 개의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우선 '냄새'가 있습니다. 진짜 마리모는 해초 냄새 혹은 물비린내가 날 확률이 높습니다. 또 마리모에 조명을 쐬었을 때, 표면에 산소 기포가 생성되면 '광합성'을 하는 진짜 마리모입니다. 이 산소 기포가 많아지면 마리모의 전체 밀도가 물보다 낮아져 마리모는 물에 둥둥 뜨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소원을 빌기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기자 또한 이것이 수세미를 뭉친 것은 아닐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밝은 형광등 아래 마리모를 몇 시간 동안 둔 결과, 마리모가 기포를 머금고 위로 떠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진짜' 마리모였습니다.
햇빛 아래 두거나 끓는 물에 넣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윤환수 한국조류학회 회장(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은 "두 방법 모두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윤 회장은 "마리모는 녹조류 대마디목에 속하는 녹조식물로 광합성을 하는 살아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광합성 활동이 강한 한낮에 기포(산소)가 생성되어 물에 뜨게 되고, 저녁과 밤에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마리모는 살아있는 녹조식물이기 때문에 녹조식물의 일부분을 뜯어 햇빛에 놓았을 때 생물은 탈색되면서 죽게 된다. 또 끓는 물에 넣었을 때도 동일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달여간 마리모를 키우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기적인 물갈이와 관찰뿐이었습니다. 물을 갈면서 주변의 이끼를 정리하거나, 가끔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손으로 굴려준 정도였습니다. 빠름과 효율이 미덕인 사회에서 마리모를 돌보는 것은 '느림'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세상과 달리, 마리모는 가끔 두둥실 떠오르는 것 말고는 묵묵히 책상 위 자리를 지킬 뿐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6년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기분(Fee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필코노미'(감정 경제, Feel-conomy)를 꼽았습니다. 제품의 기능보다 소비자의 감정을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된다는 뜻입니다. 마치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리모는 그 자체로 대단한 기능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물멍'을 통해 제공하는 심리적 안정감과 소소한 힐링을 주는 감정의 가치가 소비의 가치로 이어졌습니다. 두둥실 떠오를 땐 행운을 떠올리게 하고, 물멍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과 힐링을 주는 마리모. 현대인의 감정 소비가 곧 이 작은 녹색 공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박설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pressnow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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