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는 주식 팔라고? 코인거래소 지분 제한 추진 논란

곽창렬 기자 2026. 1. 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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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코인거래소는 공공인프라, 더 강한 관리 감독 받아야”, 업계는 “사유재산 제한” 반발

금융 당국이 업비트·빗썸 등 국내 코인 거래소의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코인 거래소는 개인이나 법인이 설립해 당국에 신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코인 거래소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공공’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주식시장 거래소처럼 특정 주주가 가질 수 있는 지분에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 모습./연합뉴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가상 자산 2단계 입법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디지털 자산 TF’ 등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현재 주식 시장 대체 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의결권 주식 보유 한도가 15%인 점을 감안해 대주주가 코인 거래소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15~20% 선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전력이나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 이력 등 대주주의 적격성만 심사하도록 돼 있을 뿐 지분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인거래소가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커지다 보니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15~20%만 허용하겠다는 당국, 사유재산 침해 반발도

송치형 두나무 회장

금융 당국의 방침이 현실화되면 코인거래소 소유 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송치형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워야 할 수도 있다. 두나무의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송 회장은 전체 두나무 지분의 25.52%에 달하는 889만6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두나무 비상장 주식의 가격이 35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지분 가치는 약 3조1582억원에 달한다. 당국 방침대로 업비트의 지분 15%만 보유할 수 있다면 10%가량(약 1조2000억원)의 주식은 처분해야 한다. 2위 업체인 빗썸의 최대 주주인 빗썸코리아도 전체 지분의 73%를 보유하고 있는데, 역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개인의 사유 재산을 정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느냐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가상업계 관계자는 “코인거래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없었던 규정이고, 개인이 일궈온 기업 주식을 정부 마음대로 처분하도록 하는 게 자본주의 시대에 맞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정적인 기업 경영과 주주의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고, 시장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현실화한다면 현재의 코인거래소 대주주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차명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나누는 등의 편법도 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모습. /뉴스1

만약 코인 거래소가 당국의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금융 당국은 신고제 유효 기간이 3년인 점을 이용해 코인 거래소 사업자들을 압박할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유효 기간은 3년이다. 만약 유효 기간이 경과한 상태에서 영업을 지속할 경우, 미신고 사업자로 간주돼 5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금융 당국은 지분 제한을 하는 방안이 실현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이블 코인 둘러싼 ‘힘겨루기’ 시각도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이 같은 방침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향후 예정된 국내 코인 시장 전반의 재편 과정에서 코인 거래소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현재 정부는 은행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유통하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따르면 은행(금융지주)은 핀테크 기업의 지분을 최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지분 제한은 없다 보니, 코인 거래소의 대주주가 컨소시엄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지분 제한 방침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가상 자산 2단계 입법안은 규제가 아닌 진흥에 방점을 둔 법안”이라며 “거래소 지분 제한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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