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종교와 역사 참여형 종교 [종교칼럼]
종교의 사명을 개인 구원에만 국한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할 것인가는 오래된 논쟁이다. 일부 신비주의 기독교 분파나 종말론적 재림 신앙 집단, 세속 정치와의 완전한 단절을 강조하는 공동체는 이 세상은 이미 타락했고, 역사 개입은 신앙을 오염시킨다며 의도적으로 사회 참여를 거부한다. 반면에 역사 참여형 종교란 세계 종교 전통 속에서 반복되어 온 보편적 종교 유형으로, 신앙을 개인의 내면에 가두지 않고 사회와 역사 속에서 책임의식을 드러내려고 한다. 따라서 구원과 사회 질서를 분리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통일교는 역사 참여형 종교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관점은 통일교만의 특수성은 아니다. 성인들의 가르침 자체가 그렇다. 가톨릭은 노동권과 인권 문제를 두고 정치 권력과 반복적으로 충돌해왔고, 개신교 복음주의는 미국 정치에서 오랜 기간 보수 진영의 핵심 축을 형성해왔다. 불교 역시 여러 국가에서 민족 정체성과 결합하며 정치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세계 종교들은 대부분 구원과 역사를 분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는 일을 피하지 않았다.

통일교가 정치자금 지원 등을 통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 활동의 초점이 교단의 제도적 이익이나 권력 확보에 있었다기보다 민족 과업인 통일 문제, 국가 간 평화 인프라 연결과 같은 공공적 의제에 놓여 있었음을 읽어낼 여지도 있다. 이는 정치 권력과의 결탁이라기보다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공익 지향적 개입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성격에 가깝다. 한일해저터널만 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통일교의 신앙 체계는 정치 권력의 획득이나 유지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 관심은 역사 전체가 향해야 할 도덕적 방향, 인간 사회가 회복해야 할 질서에 있다. 이는 정치 전략이라기보다 종교적 세계관이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관점이 현실 정치의 국면과 맞닿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오해와 왜곡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물론 통일교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자기 성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사회 참여형 종교가 스스로를 절대화할 때, 신앙은 신념에서 이념으로 굳어질 위험을 안게 되며, 이때 신앙은 자칫 비판과 수정이 허용되지 않는 집단의 논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가능성은 참여 자체를 부정해야 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모든 역사 참여형 종교가 공통으로 짊어지는 과제다.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종교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사회 문제 앞에서 침묵하며 개인의 구원만을 말하는 종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에서 책임을 감수하며 입장을 드러내는 종교가 될 것인가. 통일교는 후자를 선택해왔다. 그 선택이 언제나 이해받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곧 불순한 의도나 권력 지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교유착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사용될수록, 우리는 더 중요한 논점을 놓치게 된다. 종교는 사회에 대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침묵은 중립인가, 아니면 방관인가. 통일교를 둘러싼 논쟁은 현대 사회가 종교의 공적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경계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사유로 이어진다. 통일교는 여전히 논쟁적인 종교다. 그러나 논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적 종교로 성장해 온 역사적 맥락과 문제 제기까지 함께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구원과 역사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선택, 사회와 세계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 자체가 이 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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